지난해 열린 잭슨홀 미팅에 참석한 존 윌리암스 뉴욕 연은 총재, 레이얼 브레이너브 당시 연준 부의장, 제롬 파월 연준 의장(왼쪽부터)이 티턴 국립공원을 함께 걷는 모습. /연합뉴스

이번 주 금요일 미국 서부 한 시골 마을에서 열리는 행사에 전 세계 금융시장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제롬 파월(70)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25일 오전(현지 시각)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글로벌 경제의 구조적 변화’를 주제로 기조연설을 할 예정이다. 24일부터 사흘간 열리는 ‘세계 중앙은행 총재 연찬회’, 이른바 ‘잭슨홀 미팅’의 하이라이트다. 잭슨홀 미팅은 연준의 미국 12지점 중 하나인 캔자스시티 연방은행이 1982년부터 휴양지 잭슨홀에서 열어온 연례 경제정책 토론회로,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등 전 세계 중앙은행 총재들이 참석한다.

25일(현지 시각) 열릴 예정인 잭슨홀 미팅에서 기조연설을 할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입에 전세계 금융 시장의 눈이 쏠린다. /로이터

연준 의장의 기조연설이 주목받는 것은 기축통화국인 미국의 통화정책 방향을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년설의 티턴산이 둘러싼 잭슨홀에서 나오는 강력한 메시지라는 점에서 금융시장에서는 기조연설 주요 발언을 ‘8월 티턴산의 계시’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래픽=양진경

파월이 말문을 열기도 전에 시장이 애간장을 태우고 있는 건 1년 전 이곳에서 ‘미 경제 대통령’ 파월이 밝힌 메가톤급 계시 때문이다. 작년 8월 26일 연설에서 파월 의장은 “가계와 기업에 어느 정도 고통을 가져오겠지만 물가가 통제되고 있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계속 금리를 인상하겠다”고 말했다. 물가가 안정 조짐을 보이면서 작년 들어 금리를 4차례나 올려온 연준이 ‘상황을 보고 금리를 낮출 수도 있다’는 신호를 보낼 줄 알았는데, 파월이 “금리를 더 높은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며 찬물을 끼얹었다. 이 연설은 ‘파월 쇼크(충격)’라고 불릴 정도로 전 세계 금융시장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이날 뉴욕 증시 3대 지수는 일제히 3% 넘게 하락했고, 코스피·코스닥 등 한국 증시도 내리막을 탔다. 파월의 경고대로 연준은 작년 8월 미팅 이후 기준 금리를 7차례 올렸다. 2018년 2월 취임 당시만 해도 비둘기파(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나 올빼미파(중도적 기조)로 분류됐던 파월이 매파(긴축적 기조) 행보를 본격화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잭슨홀의 ‘폭탄 발언’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나왔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로 들썩이던 2007년 미팅에서 벤 버냉키 당시 연준 의장은 “시장의 혼란을 막기 위한 필요한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실제 연준은 이듬해 전면적 양적 완화(통화량 증가)에 나섰다. 2016년 미팅에선 재닛 옐런 당시 연준 의장이 “금리 인상 여건이 마련됐다”고 했고, 4개월 뒤 연준은 금리를 올렸다. 2005년 미팅에서 “미국 경제는 거품 상태”라며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를 경고한 라구람 라잔 당시 국제통화기금(IMF) 수석이코노미스트(현 시카고대 석좌교수)는 이후 스타덤에 올랐다. 2년 뒤 서브프라임 사태가 터지고 그 여파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로 번졌기 때문이다.

올해의 경우 작년처럼 높은 수위의 폭탄 발언이 나올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 나온다. 파월은 올해 연설에서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긴축적 정책에서 입장을 전환하기는 이르다는 입장을 낼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2%대 인플레이션 복귀’라는 연준 목표치에 대한 반론이 확산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보도했다. 뚜렷한 근거도 없는 2%라는 숫자에 집착해 경제에 피로감을 줄 필요가 있냐는 것이다. 작년 6월 9.1%였던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달 3.2%까지 떨어진 상태다.

라구람 라잔 시카고대 석좌 교수는 2005년 IMF 수석이코노미스트 시절 미국 경제가 부실한 상황임을 지적했는데 2008년 실제 세계금융위기가 터지면서 진가를 인정 받았다.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