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물의 도시’ 베네치아가 기후변화와 관광 과잉 등으로 위험에 처했다. 통상 유네스코(UNESCO) 세계유산 지위 박탈의 전 단계로 여겨지는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 목록 등재도 간신히 면했다.
14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유네스코 세계유산 위원회 회원국들은 이날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회의를 열고, 베네치아를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 목록에 올리는 안건을 최종 부결했다. 앞서 유네스코는 “베네치아가 지속적인 개발·기후변화·대규모 관광 등 인간의 개입으로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었다”며 해당 목록 등재를 권고한 바 있다.
이 목록에 들어가면 세계유산 센터가 관련 조치에 나서게 된다. 유산을 보호하고 가치를 복원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매년 상태를 검토하는 일 등이다. 그러나 유네스코 세계유산 지위를 박탈당할 수 있는 전 단계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아 당사국에서는 가능한 한 등재를 피하려 한다.
이탈리아 역시 베네치아의 등재를 막기 위해 일련의 비상 대응에 나섰었다. 성수기 당일치기 여행객에게 5유로(약 7000원)의 입장료를 받거나, 침수를 막기 위한 방파제 건설 등을 진행했다. 대형 크루즈 여객선의 접근도 막았다. 다만 유네스코는 “베네치아를 보존하기 위한 추가 조치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수상도시로 ‘물의 도시’라 불리는 베네치아는 1987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매년 수백만 명의 관광객을 맞이하는데, 지난 한 해 동안에만 약 320만 명이 방문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집값과 생활 물가가 치솟으며 주민들이 떠나가기 시작했고 1960년대 13만 명 이상이었던 거주 인구는 지난해 8월 기준 5만 명 미만까지 줄어들었다.
그러자 베네치아에는 자연스레 관광객 과밀화 문제들이 생겨났으며 전 세계를 강타한 이상기후로 홍수나 침수 위험도 높아져 갔다. 각종 선제 조치가 있었지만 현지에서는 여전히 당국 대응이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일부는 이번 위험 유산 목록에 베네치아를 포함해야 한다는 청원을 통해 “통제 범위를 벗어난 여행 산업은 소수에게 돈을 벌어줄 뿐, 대의와 주민들에게는 해를 끼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