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일부 뉴욕 시민들이 뉴욕 브루클린 '플로이드 베넷 필드'에 모여 이민자 수용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AFP 연합뉴스

경제가 파탄 난 조국을 등지고 미국으로 온 베네수엘라인 47만여 명이 정착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미 국토안보부는 20일(현지 시각) 베네수엘라 출신 이주민 중 지난 7월 이전 망명을 신청한 47만2000여 명에게 ‘임시보호신분(TPS)’을 부여한다고 밝혔다. TPS는 자연 재해나 내전 등 불가피한 사정으로 고국에 돌아가지 못하는 외국인이 미국에 합법 거주하면서 일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유효 기간은 18개월이며 갱신도 가능하다. 사실상 특별취업비자인 셈이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베네수엘라의 상황을 감안해 이같이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네수엘라는 우고 차베스(1999~2013)와 니콜라스 마두로(2013~)로 이어지는 좌파 대통령 집권기 강경 반미·사회주의 노선을 걸었고, 포퓰리즘 정책이 실패하면서 최악의 경제난을 겪고 있다. 마두로 집권 이래 생활고를 못 이기고 탈출한 주민만 73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마두로 정권이 민주주의 체제를 와해시키며 불법으로 정권을 연장했다고 보고 각종 제재를 가해왔다.

최근 몰려든 이주민들로 골머리를 앓아온 뉴욕은 이 결정을 반기고 있다. 이주민들의 취업이 가능해지면 지원 비용을 아낄 수 있기 때문이다. 캐시 호컬 뉴욕주지사와 에릭 애덤스 뉴욕시장은 일제히 환영 성명을 냈다. 뉴욕은 시 정책에 따라 유입되는 이주민들의 합법·불법 여부에 상관없이 임시 거처를 제공하는 등 지원 정책을 의무적으로 펼쳐야 한다. 그런데 올해 들어서만 이주민 10만명이 몰려들 정도로 폭발적인 유입세 때문에 시 재정이 고갈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돼왔다. 뉴욕시의 경우 향후 3년간 최소 120억달러(약 16조원)가 필요하다고 추산한다.

TPS가 더 많은 이민자들을 불러들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정책이) 더 많은 사람을 미국으로 이민 오도록 장려해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했다. 이주민들이 폭증하면서 이주민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확산되고 있다. 19일 뉴욕 스태튼 아일랜드 주민들은 이민자 정책에 항의하는 시위를 하다 10명이 체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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