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에 인질로 끌려갔다가 풀려난 이스라엘인 요체베드 리프시츠 씨가 24일(현지시각) 텔아비브에 있는 병원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리프시츠 씨는 석방 하루만인 이날 병원에서 기자들과 만나 "나는 지옥에 갔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리라곤 생각도 못 했다"고 말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나는 지옥을 경험했습니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대원들에게 인질로 끌려갔다가 풀려난 이스라엘 여성이 기운 없는 목소리로 맨 처음 꺼낸 말이다.

24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지난 7일 하마스에게 끌려간 220여명의 인질 중 한 명인 이스라엘 여성 요체베드 리프시츠(85) 씨는 이날 입원 중인 텔아비브 이치로프 병원에서 기자들과 만나 터널에 죄수처럼 보름 넘게 갇혀 있으면서 겪은 일을 털어놓았다.

리프시츠에 따르면 지난 7일 이스라엘 남부의 키부츠 ‘니르 오즈’에 있는 자신의 집에 하마스 대원들이 침입했다. 이들은 짓는 데만 무려 25억 달러가 들었지만 아무 도움도 되지 않은 특수 울타리를 폭파했고, 사람들을 구타하고 인질로 잡았다. 하마스 대원들은 그를 오토바이에 태워 끌고 갔다. 이동 중에는 막대기로 갈비뼈 부분을 때려 뼈가 부러지지는 않았지만 숨쉬기가 고통스러웠다고 한다. 이동 중에 그의 몸에 차고 있던 시계와 보석류를 빼앗았고, 터널 입구까지 데려갔다.

리프시츠는 터널로 들어가 젖은 흙길을 끝도 없이 걸어야 했다. 터널은 마치 거미줄 같았는데, 산소가 부족한 듯 답답했고 아주 좁고 미로 같은 통로로 이뤄졌다고 했다. 군 전문가들은 하마스가 가자 지구에 미로 같은 지하 통로를 건설해 이스라엘이 예상하는 지상 작전과 인질 구출 시도를 복잡하게 만들었다는 분석을 내놨다.

그가 도착한 곳에는 넓은 공간이 있었고, 약 25명의 다른 인질들이 있었다고 한다. 그는 2∼3시간 후에 4명의 니르 오즈 주민들과 다른 공간으로 옮겨졌다. 리프시츠는 “(납치범들은) 우리에게 해를 끼치지 않을 것이며 터널에서 그들과 같은 생활환경에서 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했다.

실제 하마스는 인질에게 먹을 것을 제공하고, 의사의 진료도 받게 해줬다고 한다. 하마스 대원들이 먹는 것과 똑같은 피타(이스트를 넣지 않고 만든 둥근 모양의 납작한 빵)와 치즈, 오이 등이 식사로 제공됐고, 의사와 간호사가 2∼3일 간격으로 찾아와 약을 줬으며, 감염병 등을 막기 위해 화장실 청소도 직접 해줬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리프시츠는 이스라엘 당국이 가자 인근 마을에 있었던 경고 신호를 무시해 키부츠 주민들이 헤아릴 수 없는 피해를 입었다고도 했다. 그는 “공격이 일어나기 몇 주 전에 팔레스타인인들은 폭동을 일으키고 가자 국경 울타리 근처에서 가스 풍선이 날아오는 등 전조가 있었다. 이스라엘은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그리고 안식일 아침 (하마스 무장대원) 무리가 쳐들어왔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당국에 따르면 이스라엘 언론인이자 평화 운동가인 리프시츠의 남편 오데드는 하마스에 여전히 감금되어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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