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5일 오전 11시 18분(현지 시각) 캘리포니아주(州) 샌머테이오 카운티의 파이롤리 에스테이트에서 미·중 정상회담을 시작했다. 모두발언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미·중 간의 경쟁이 충돌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고 말했고, 시 주석은 “중·미는 문화, 사회제도, 발전궤도가 다르지만 상호 존중, 평화 공존, 협력 공영을 견지한다면 차이를 뛰어넘어 양대 대국의 정확한 길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샌프란시스코에서 남쪽으로 40km쯤 떨어진 곳에 있는 유서 깊은 저택 앞에서 도착한 시 주석이 차에서 내리자, 바이든 대통령이 몇 걸음을 걸어 손을 내밀었다. 두 정상은 가볍게 웃는 얼굴로 악수를 나눴다. 두 사람은 저택 문 앞에서 기자들을 위해 다시 악수를 나눈 뒤 천천히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의 이번 만남은 지난해 11월 G20(20국) 정상회의가 열린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첫 대면 정상회담을 한 지 1년 만의 두 번째 대면 회담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2021년 취임한 후 시 주석이 미국을 방문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시 주석이 2017년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과 회담하기 위해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를 방문한 이래 6년 만의 방미이기도 하다.
◇바이든 “경쟁이 충돌로 가면 안 돼”, 시진핑 “공영 때 바른 길 찾을 것”
회담 시작 전 모두 발언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언제나 그렇듯 (정상 간의) 대면 회담을 대체할 수 없는 것은 없다. 우리의 대화는 언제나 솔직했고 그 점을 감사하고 있다”면서 “지도자 간에 오판이나 소통의 오류 없이 서로를 분명히 이해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는 경쟁이 충돌로 번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우리는 경쟁을 책임 있게 관리해야 하며 미국은 그렇게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또 “우리는 각자의 국민과 세계에 대한 책임이 있다”며 “기후 변화, 마약 차단, 인공 지능 등의 글로벌 도전도 우리 공동의 노력을 필요로 한다”고 했다. 그는 “이 회담을 고대하며 미국에 다시 오신 것을 환영한다”며 약 2분 간의 모두발언을 마쳤다.
시 주석은 “지난 50년 간 중미 관계가 순풍에 돛 단 배처럼 오지는 않았다. 항상 여러 문제가 있었고 여러 곡절 가운데 전진해 왔다”고 말했다. 또 “양대 대국이 교류하지 않아서는 안 되고, 상대방을 바꾸려 하는 것은 실용적이지 못하며, 충돌과 대항의 후과는 누구도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 지구는 중미 양국을 모두 수용할 수 있으며 각자의 성공이 서로에게 기회가 된다”고 했다. 이어 “중국과 미국은 역사, 문화, 사회 제도, 발전 궤도가 다른 것이 객관적 현실이다. 그러나 서로가 상호 존중, 평화 공존, 협력 공영하면 완전히 차이점을 뛰어 넘어 양대 대국이 함께 하는 바른 길을 찾을 수 있다”고 했다.
시 주석은 또 “중미 관계의 전도는 밝다고 믿는다”면서 “나와 대통령님은 중미 관계의 조타수로서 인민에 대한, 세계에 대한, 역사에 대한 매우 무거운 책임을 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 중미 관계의 전략성, 전국성(全局性·전체 국면과 관련된 성질), 방향성 문제와 세계 평화 발전에 관련 있는 중대한 문제들에 대해 깊이 있게 의견을 교환해 새로운 공식을 달성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오찬 겸한 4시간 회담 예정, 美 “생산적 회담 고대”
두 정상은 오후 3시쯤까지 약 4시간에 걸쳐 실무오찬을 겸한 회담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파이롤리 에스테이트 내에 1.6km의 산책로가 있어 두 정상이 함께 산책을 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차이치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겸 중앙판공청 주임,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만 배석하는 ‘소인수 회담’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경제·안보·기술처럼 쟁점이 되는 사안별로 회담을 쪼개서 진행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회담 전 기자들에게 “생산적인 회담을 고대하고 있다”며 “바이든 대통령은 (부통령-부주석 시절부터) 시 주석과 긴 역사를 갖고 있으며 그들의 대화는 직접적이고 직설적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런 복잡한 관계를 관리하는 데 있어 정상 간의 대면 외교를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시 주석과의 회담을 마치고 오후 4시15분쯤(현지 시각) 기자회견에 나설 예정이다.
◇軍 소통 채널 복원, 수출 통제, 펜타닐 차단 등이 의제
이번 회담에서는 군사 소통 채널 복원, 수출 통제 등 경제 사안, 펜타닐 확산 차단, 책임 있는 인공지능(AI) 개발 등이 주요 의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미국 측은 미·중 간의 경쟁이 우발적인 무력 충돌 등으로 번지지 않게 관리하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다. 미·중 군(軍) 간의 소통은 양국 관계의 긴장 고조와 함께 점차 줄어들다가 코로나 팬데믹 이후 거의 중단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 인민해방군이 남중국해·동중국해 공역에서 위협적 공세를 계속하고 있는 만큼, 오판을 막기 위한 군 소통 채널의 복원이 시급하다고 보고 있다.
반면 중국 측은 미국의 반도체 수출 통제와 대중 투자 제한 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측이 ‘하나의 중국’ 원칙 준수를 요구하며 미국의 대만에 대한 무기 수출이나 정치·문화 교류 강화를 비판할 가능성도 높다. 설리번 보좌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이번 회담에서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기 위한 비전을 제시할 것”이라고 했다.
백악관은 펜타닐 확산 차단을 위한 중국 측의 협력을 얻어내는 것도 중시하고 있다. 중국은 멕시코와 함께 미국 사회에서 큰 문제가 되고 있는 펜타닐 원료의 주요 공급·유통원이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북·러 군사 협력도 논의할 듯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러시아와 북한의 군사 협력 등의 세계 문제도 의제로 올라 있다.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관련해서 바이든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하마스의 후원국인 이란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행사를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이란산 원유의 주요 수입국 중 하나다.
설리번 보좌관은 “바이든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이란이 긴장을 고조시키며 안정을 저해하는 방식으로 행동하고 있으며, 중동 지역의 안정이 약화되는 것은 중국이나 다른 어떤 책임 있는 국가의 국익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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