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 무장 단체 하마스 격멸을 목표로 지상전에 돌입, 한 달여간 가자 북부 지역을 초토화한 이스라엘군이 이제 가자 남부로 창끝을 돌렸다. 하마스 지도부와 핵심 전력이 여전히 건재하며, 가자 남부에서 재기를 노리고 있다는 것이 이스라엘군의 판단이다. 이스라엘이 가자 남부 최대 도시인 ‘칸유니스’에 공습을 퍼부으면서 이스라엘 영토에 대한 하마스의 반격도 거세지고 있다. 국제사회는 가자 북부에서 벌어진 대규모 민간인 피해가 남부에서도 재연될 수 있다며 양측의 일시 휴전 재개를 거듭 촉구했다.
이스라엘군은 2일(현지 시각) “전날 일시 휴전 종료 이후 약 24시간 동안 우리 군이 가자지구 전역의 하마스 군사 목표물 총 400여 개를 타격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앞서 1일 오전 7시 총 7일간의 일시 휴전을 끝내고 교전을 재개했다. 추가 인질 석방이 무산되고, 이스라엘에 대한 하마스의 테러와 로켓 공격이 재개된 데 따른 것이다. AFP와 로이터 등은 “이스라엘군이 재개한 공격은 가자 북부와 남부 전 지역에 걸쳐 광범위하게 이뤄졌다”며 “칸유니스 도시 지역을 비롯해 이집트 접경 지역인 라파에서도 총성·포격 소리와 함께 폭격으로 인한 검은 연기가 자욱하게 피어오르고 있다”고 했다.
현지 일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도 “이스라엘군이 가자 전역에서 하마스와 이슬라믹 지하드(PIJ) 등을 겨냥한 대규모 작전을 벌였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 육군이 칸유니스 외곽 등 곳곳에서 하마스와 교전을 벌이는 동안 해군은 PIJ가 이스라엘을 습격하는 데 활용한 보트와 잠수정, 군사 시설을 공격했다. 이스라엘 공군은 벙커 버스터(지하로 뚫고 들어가 터지는 폭탄) 등을 동원, 칸유니스 일대에 50여 건의 공습을 쏟아부었다. 로이터는 “주택과 학교, 이슬람 사원(모스크) 등이 파괴됐다”고 전했다. 칸유니스는 이스라엘이 제거 1순위로 꼽은 하마스 수장 야히야 신와르가 은신한 곳으로, 가자 북부 못지않은 규모의 땅굴과 지하 군사 시설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은 가자 남부에 대한 공세를 더욱 강화할 것임을 공개 경고했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 장관은 이날 “하마스의 완전 제거를 위해 필요한 곳은 어디든지 강력하게 공격하겠다”고 했다. 이스라엘군의 아랍어 대변인 아비하이 아드라이 중령은 소셜미디어에 하마스를 겨냥해 “이것이 마지막 통보다. 너희는 모두 공격의 목표물”이라고 경고했다
하마스도 이에 맞서 전날에 이어 이틀 연속 이스라엘에 로켓 공격을 감행했다. 또 하마스는 산하 무장 조직에 일제히 공격 명령을 하달했다고 AFP는 보도했다. 예루살렘포스트는 “이스라엘 남부 지역에 연이어 공습경보가 발령되고 있다”며 “차량과 건물 등의 피해가 보고되고 있다”고 전했다.
가자 남부에는 150만명에 달하는 팔레스타인 민간인이 피신해 있다. 가자 주민 전체(230만명 추정)의 약 3분의 2다. 방 하나에 대여섯 명이 함께 지낼 만큼 인구가 밀집돼 공습 피해자가 폭증할 우려가 크다. 하마스는 3일 “지난 24시간 동안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가자지구 주민이 700명 넘게 죽었다”고 주장했다고 알자지라가 보도했다.
이스라엘군은 고육지책으로 가자 주민을 위한 ‘공습 회피 지도’를 내놨다. 가자지구 전체를 수백 개로 쪼개 각각의 숫자를 부여한 지도로, 앞으로 공격받을 지역을 휴대전화나 메신저 메시지를 통해 미리 숫자로 공개할 전망이다. 이를 통해 민간인에게 대피 경로를 알려주는 동시에 필요할 경우 가자 남부에도 지상군이 투입될 수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됐다.
국제사회는 휴전 재개의 희망을 놓지 않고 있다. 미 백악관은 이날 “휴전 연장을 위해 이스라엘, 이집트, 카타르와 계속 협력 중”이라고 밝혔다. 카타르 외무부도 “휴전 재개를 위한 중재가 계속되고 있다”며 “가자지구 폭격은 이런 중재 노력을 더욱 어렵게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하마스는 그러나 “전면적 휴전과 모든 팔레스타인인 수감자의 석방을 요구한다”며 추가 휴전을 위한 강경한 조건을 제시했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인질 석방을 위한 일시 휴전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졌다”며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카타르 도하의 협상팀에 귀국을 지시했다”고 발표했다. 이스라엘은 테러리스트로 분류한 핵심 수감자와 지난 10월 7일 습격 당시 현장에서 체포한 하마스 대원 등은 석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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