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국무위원장)이 최근 공식 석상에서 또 눈물을 보였다. 지난 7월 열병식에서 눈물을 흘린 데 이어 올해 두 번째다. 이에 외신도 “통상 독재자는 눈물을 잘 보이지 않는데, 김정은은 이례적으로 공식 석상에서 잘 운다”며 김정은의 눈물을 조명했다.
미국 경제전문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10일(현지 시각) ‘김정은은 눈물을 흘리는 몇 안 되는 세계 독재자 중 한 명일지 모른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이같이 소개했다.
가장 최근 김정은이 우는 모습이 포착된 건 지난 3일 평양에서 열린 제5차 전국어머니대회에서다. 당시 리일환 노동당 비서의 대회 보고를 듣던 도중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는 모습이 북한 관영 조선중앙TV 화면으로 공개됐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김정은이 이날 북한의 출생률 감소 문제를 언급하며 애국적인 의무의 한 형태로 여성들에게 더 많은 아이를 낳을 것을 촉구했다고 전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정은은 대회 개회사에서 “지금 사회적으로 놓고 보면 어머니들의 힘이 요구되는 일들이 많다”며 출생률 감소를 막고, 어린이 보육과 교육에 힘쓰는 것 등을 함께 풀어나갈 과제로 꼽았다.
김정은의 눈물은 지난 7월 27일 6‧25전쟁 정전협정 70주년을 맞아 개최한 열병식에서도 포착됐다. 열병식 직전 북한 국가가 흘러나오자, 눈을 질끈 감고 눈물을 흘린 것이다.
이외에도 김정은은 2020년 10월 노동당 창건 75주년을 맞아 열린 열병식에서 주민들에게 재난을 이겨내자고 호소하면서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쳤다. 당시 북한에 코로나 확진자가 없다는 점을 강조할 땐 “고맙다”며 울먹이기도 했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이를 두고 독재자로서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평가했다. 피지배자 앞에서 눈물을 보인 것으로 알려진 독재자는 거의 없으며, 민주주의 국가의 지도자들에게도 국민들 앞에서 우는 것은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할 만큼 드문 순간이라는 것이다. 소련의 이오시프 스탈린 등 다른 독재자는 비공개적인 자리에서 울음을 터뜨리는 듯한 모습을 보여줬다고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소개했다.
영국의 스카이뉴스도 비슷한 맥락에서 “김정은은 연설 내내 여성들에게 국가의 힘을 강화해 달라고 호소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보도했다.
국내 전문가는 김정은의 눈물을 ‘감성 정치’라고 평가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지난 7일 YTN 뉴스라이브에서 “애민사상, 애민주의를 들고나온 자기 할아버지(김일성)에게 많이 배웠다고 생각된다”며 “자신들이 북한 주민, 인민들을 그만큼 사랑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확실하게 연출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정은식 핵심 중 하나”라며 “이른바 감성의 정치를 하는 것”이라고 했다.
김정은이 ‘자아도취형 성격’을 가졌기 때문에 자주 우는 것이라는 전문가 해석도 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7월 김정은이 열병식에서 울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YTN ‘뉴스라운지’를 통해 “김정은은 실제로 자주 운다. 기록영화를 보면 우는 장면이 자주 나오고, 눈시울을 붉혔다는 표현도 자주 나온다”며 “김정은은 일단 감성적”이라고 했다. 이어 “상당수의 독재자는 나르시시즘, 자아도취형”이라며 “원래 감성적인 데다가 열병식을 보면서 본인이 뿌듯한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