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페이스북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이 러시아에 무기를 공급한 북한이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영국 국방부 장관의 비판에 영국의 식민지 역사와 ‘한반도 전쟁’까지 거론하며 강하게 반박했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6일(현지시간) 텔레그램에서 그랜트 섑스 영국 국방부 장관의 발언을 논평하면서 “그가 맹비난한 이유가 ‘한국’이기 때문에 우리는 영국이 소위 유엔군의 일원으로 기여한 한반도에서의 피비린내 나는 전쟁을 기억하지 않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자하로바 대변인이 언급한 ‘한국’은 북한을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그랜트 섑트 영국 국방부 장관이 5일(현지시각) 엑스에 북한의 대러시아 무기 공급을 비판하며 올린 글./엑스

자하로바 대변인이 문제삼은 글은 섑스 장관이 전날(5일) 엑스(X)에 올린 글이다. 섑스 장관은 “전 세계가 러시아에 등을 돌려 푸틴은 북한에 도움을 요청할 수밖에 없었고, 그 과정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를 위반했다. 이건 끝나야 한다. 북한은 러시아를 지원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글을 올렸다.

자하로바 대변인은 영국도 유엔 안보리 결의를 여러 차례 위반해왔다며 이라크 침공도 그중 하나라고 주장했다. 또 “영국은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식민지 제국이었다”며 그와 관련한 범죄 역사가 기록돼 있다고 지적하며 해당 기록을 첨부했다.

이어 영국이 ‘신(新)식민지 행동’으로 유고슬라비아 침공 참여, 아프가니스탄·리비아·시리아 폭격 등에 나섰다며 “지금은 분쟁 지역에 무기를 공급하지 않는 모든 결의를 위반해 우크라이나 정권에 치명적 무기를 제공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섑스 장관의 얘기 중에 ‘이건 끝나야 한다’는 말은 맞는 얘기”라고 덧붙였다. 영국이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해왔음을 강조한 말로 풀이된다.

미국 백악관이 공개한 북한 무기 추정 화물의 러시아 운송 경로. /AFP 연합뉴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북한이 러시아에 무기를 공급하고 있다는 의혹은 꾸준히 제기돼왔다. 북한과의 무기 거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에 해당한다.

이런 가운데 미국 백악관은 지난 4일 북한이 최근 러시아에 미사일을 제공했고 이 중 최소 한 발이 지난달 우크라 공격에 사용됐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오는 10일 유엔 안보리에서 문제를 제기하겠다는 입장이다.

자하로바 대변인은 지난해 10월 러북 불법 무기 거래에 관한 서방의 주장에 근거가 없다고 일축했으나, 이번 미사일 사용 주장에 대해서는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타스통신이 소식통을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는 오는 22일 유엔 안보리 회의를 요청했다. 미국의 문제 제기에 대한 맞불 조치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