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총통(대통령) 선거에서 자신을 ‘대만 독립 일꾼’이라 칭하는 반중(反中)·친미(親美) 라이칭더 민진당 후보가 당선된 13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우리는 (대만의)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We do not support independence)”고 말했다. 바이든은 캠프 데이비드에서 주말을 보내기 위해 이날 백악관을 떠나다가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이같이 답했다.
친미 총통 당선 직후 바이든이 ‘대만의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히자 의아해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이날 발언은 그동안 미국이 유지해 온 외교적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며 이례적이지는 않다. 미국이 대만 독립을 부추기지 않는다는 취지로, 중국이 대만 독립을 막으려 전쟁을 일으키는 상황을 억지한다는 의미가 담겼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대만의 독립을 막기 위해 전쟁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가 암시된 표현이기도 하다.
2022년 8월 낸시 펠로시 당시 미국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해 미·중 간의 긴장이 고조됐을 때도 백악관은 “우리는 양안(중국과 대만) 문제가 평화적 수단으로 해결되길 바라고 어떤 현상 변화도 반대한다”며 “미국의 ‘하나의 중국’ 정책에도 변화가 없으며 우리는 대만의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했다.
미 국무부는 이날 “미국은 양안의 평화와 안정 유지, 강압과 압박 없는 이견의 평화로운 해결에 전념할 것”이라며 “민주적 가치에 뿌리내린 미국민과 대만인 간의 동반 관계는 경제적·문화적·인적 유대를 계속해서 확대하고 심화하겠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이어 “미국의 ‘하나의 중국’ 원칙에 들어맞으며 ‘대만관계법’에 따르는 방식으로 우리가 공유하는 이익과 가치를 진전시킬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미국이 1979년 제정한 ‘대만관계법’은 ‘미국이 양안 간의 중재자 역할을 담당하지 않는다’ ‘미국은 대만에 대한 무기 수출과 관련해 중국과 사전 협상을 하지 않는다’ 등의 내용을 담았다. 미국이 대만 독립 문제에 직접 개입하지 않겠다면서도 대만의 방위는 책임진다는 복잡하고 미묘한 입장이 이 법에 드러나 있다.
한편 선거 기간 민진당 라이칭더 후보를 비난해온 중국 지도부는 13일 선거 결과에 대해 대만의 주류 민의(民意)를 대변하지는 않는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중국의 대만 담당 기구인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 천빈화 대변인은 이날 “이번 대만 선거 결과는 민진당이 섬(대만) 안의 주류 민의를 대표하지 못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대만은 중국의 대만”이라고 밝혔다.
지도부 통제를 받는 중국의 주요 언론들은 이날 선거 결과에 대해 침묵에 가까운 제한적 보도로 대응하고 있다. 국영 CCTV는 13일 오후 10시 종합 뉴스에서 대만 대선 결과를 내보내지 않았고, 관영 신화통신 및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당선 뉴스 자체는 다루지 않고 ‘조국(중국과 대만)은 결국 통일될 것’이라는 지도부의 입장만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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