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치러진 대만 총통(대통령) 선거와 관련해 친미(親美) 성향 민진당 라이칭더 후보의 당선과 함께 대만의 ‘아날로그’ 개표 시스템도 주목받았다. 현지 선거관리위원회 직원들은 선거가 끝난 오후 4시 투표소를 즉각 개표소로 전환했다. 그리고 투표함에서 투표 용지를 한 장씩 꺼내 직접 개표를 진행했다. 유권자가 투표한 후보자 이름을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이 들을 수 있도록 큰 소리로 외치고, 호명된 후보와 투표용지에 적힌 사람의 이름이 일치하는지 확인하라는 의미로 투표용지를 머리 위로 일일이 들어 보였다.
개표 현장엔 선관위 관계자뿐 아니라 일반인도 참석할 수 있다. 독일 슈피겔은 “(개표 과정을) 누구나 볼 수 있고 사진과 영상 촬영도 허용됐다. 빈 투표함은 (남은 표가 없는지) 대중에게 다시금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이후 개표가 끝나면 해당 투표소 관리자는 결과 보고서를 작성해 투표소 바깥에 게시하고 지역 선관위에 이를 택배로 전달한다. 지역 선관위는 중앙선관위 전산 시스템에 이 결과를 입력한다. 이렇게 수집된 개표 데이터는 실시간으로 공개된다.
X(옛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 대만의 개표 과정이 공개되자 “투명하다” “이것이야말로 민주주의 선거” 등의 평가가 많이 올라왔다. 하지만 일각에선 반도체 등 우수한 첨단 기술을 보유한 대만이 선거에서만큼은 매우 아날로그적인 방식을 고수하는 데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에 대해 외신들은 대만 자유선거의 역사가 30년도 채 되지 않는다는 점을 언급하고 있다. 대만에서 총통 직접선거가 실시된 것은 1996년부터로, 이전까지는 1949년 10월 중국 국공내전에서 패해 대만으로 건너온 국민당에 의해 일당 통치돼 왔다. 즉 불과 30여 년 전까지 국민당이 지배하는 간접선거로 총통 선거를 치렀던 대만엔 부정선거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 디지털보단 유권자들이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수(手)개표를 선호한다는 것이다.
대만 선거에 부재자·사전 투표가 없다는 점도 비슷하게 투명성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함이란 평가다. 미국의 IT 전문 매체 컴퓨터월드는 “전자 개표의 안전성은 기술적으로 증명됐지만, 대만 사람들이 이를 받아들이는 데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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