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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 미국에 입국한 지 이제 보름이 됐습니다. 코스트코, 트레이더스 조, 홀푸드, 에이치 마켓 등 대형 마트, 약국, 병원부터 조지타운대학, 버지니아주 교육청, 초등학교, 유치원 등 교육기관, 그리고 차량관리국, 사회보장국 등 각종 관공서를 부지런히 돌아다녔습니다.
보름간의 정착 과정에서 수십명의 미국 사람을 만나고, 그 이상의 많은 사람을 ‘관찰’했는데요. 눈에 띄었던 것 가운데 하나는 딱 봐도 동성애(同性愛)인 사람이 상당히 많다는 점이었습니다. 한국보다 개방적·리버럴한 미국에서 동성애자가 많은 건 당연한 현상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 정도를 넘어설 정도였습니다.
‘동성애가 문제다’, ‘아니다 자연스러운 일이다’ 같은 논쟁을 떠나 ‘수가 많아 보인다. 그러하다’는 보고를 ‘노석조의 외설’ 구독자님들에게 드리는 것입니다.
저는 지난 8일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기자의 신간 ‘더 킹덤, 더 파워, 앤 더 글로리’를 읽고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의 정치적 ‘부활’의 뒤에 ‘미 복음주의 기독교 교회’가 있다는 점을 말씀드렸습니다. https://www.chosun.com/international/international_general/2024/02/07/LETRS5BNTRDJVCMQSWAHK7LI6Y/
미 복음주의 기독교 교회는 독실한 침례교 신자였던 민주당 출신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대선을 지지했던 경우를 빼고 예외 없이 공화당 대선 후보를 지지했는데요. 그랬던 이유는 민주당은 동성애 권리를 지지하는 입장을 내세운 반면, 공화당은 교회와 일치되게 동성애는 바람직하지 않은 것이라는 전통적 가치관을 유지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트럼프는 다른 공화당 후보보다 더 선명하게 이런 이슈에 대해 입장을 밝혀 복음주의 교회의 ‘정치적 대리인’으로서 낙점을 받고 사용 받고 있다는 것입니다. 제가 봐도 어려운 말로 빙빙 돌리지 않고 속이 뻥 뚫릴 정도로 노골적으로 말하는 트럼프의 화법은 통쾌할 때가 있습니다.
그 주장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말하는 방법과 그 모습에 “차~”하며 혀를 차며 감탄했던 때가 여러 번 있었습니다. 타지인인 제가 봐도 그런데, 직접적으로 정치적 영향을 받는 현지 유권자는 어떻겠습니까.
이 책을 읽으면서 한국에서는 미처 생각을 많이 해보지 못했던 동성애 이슈에 대해 정치적 관점으로 살펴보게 됐는데요. 서두에서 말씀드렸듯 워싱턴 D.C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워낙 동성애 분들을 자주 보고 접해 대체 그 수는 정확히 몇 명일까 조사해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미국 내 여러 싱크탱크 보고서를 리서치했는데, 가장 최신이면서 정리가 잘 된 자료를 찾았습니다. 조지타운 비지팅스칼라(visiting scholar)로 1년간 워싱턴 D.C에 온 만큼, 구석구석 돌아다니면서도 알토란 같은 학술 자료를 구해 뉴스레터 외설을 통해 전하고자 합니다. 외설은 우물 밖(외), 이야기(설)를 떠올려 퍼날라 흐르게 하는 것이 임무입니다.
미 UCLA 로스쿨의 윌리엄스 인스티튜트가 지난해 12월 발간한 ‘미국 내 성인 LGBT 인구’ 보고서를 보면, 미 성인(만 18세 이상)의 5.5%가 자신을 LGBT라고 여기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인구는 미국 질병예방통제센터(CDC)의 BRFSS(Behavioral Risk Factor Surveillance System) 2020~2021년 자료에 근거했습니다.
미 성인 인구는 2억5350만 수준입니다. 이것의 5.5%이니 미 성인 1394만 2200명이 자신의 성적 정체성을 LGBT라고 인식한다는 것입니다. 성인 20명 중 1명은 LGBT인 셈입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성인 LGBT의 36%인 약 500만명은 남부에 사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서부는 24.5%(340만), 중서부 21.1%(291만)이었습니다. 가장 적게 사는 곳은 동북부 18.5%(257만)였습니다.
미국은 50주와 1특별지구로 구성돼 있죠. 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은 14.3%인 워싱턴 D.C.였습니다. 2위는 오레곤(7.8%), 3위는 델라웨어(7.5%), 4위는 버몬트(7.4%) 순이었습니다.
비율이 아니라 절대적 LGBT 인구 숫자로는 캘리포니아(154만9600)가 가장 많았습니다. 2위는 텍사스 107만, 3위는 플로리다 89만, 4위는 뉴욕 85만이었습니다.
흥미로운 건 연령대별로 LGBT 비율이 다르다는 것입니다. 성인 LGBT의 15.2%(465만명)가 18~24세에 몰렸습니다. 이들 연령대는 거의 6명 가운데 1명은 LGBT라는 얘기입니다.
25~24세는 9.1%(408만)이었습니다. 거의 10명 중 1명은 LGBT라는 것이지요. 35~49세 4.1%(253만), 50~64세 2.7%, 65세 이상 1.8%이었습니다, .
젊을수록 자신의 성적 정체성을 숨기기보다 드러내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제3의 성을 갖는다는 것을 일종의 유행으로 여겨서거나 LGBT 문화에 노출이 상대적으로 더 많이 된 영향일 수도 있습니다.
미국 LGBT 수는 계속 증가하고 있습니다. 갤럽 조사에 따르면 10년 사이 2배가 됐다고 합니다. 이 글에서 인용한 윌리엄스 인스티튜트 자료만 봐도 2020년 발표한 보고서(2017년 인구 통계 근거)에서는 성인 LGTB 수가 1134만3000명으로 집계됐습니다. 3년 만에 259만9200명이 늘어난 것입니다.
LGBT 인구의 증가는 미 정치에도 영향을 줍니다. 단순히 유권자의 증가뿐 아니라 성적 소수자 권리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갖느냐에 따라 정치인들의 이미지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LGBT가 아니더라도 이들의 권리를 지지하는 유권자들의 표심을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죠. 트럼프와 대선에서 맞붙었던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부 장관은 사실 동성애 이슈와 관련해서는 공화당과 결을 같이했었습니다.
힐러리는 2008년 대선 경선에서 오바마와 겨룰 당시엔 동성결혼에 반대했었죠. 그러다가 민주당 대선 후보가 돼 트럼프와 겨룰 때는 동성결혼 등 동성애 권리를 지지하는 입장으로 선회했습니다.
미 선거에서 LGBT는 대충 넘어갈 수 없는 핵심 이슈라는 것입니다.
한국에서도 동성애 사안은 점점 뜨거워지고 있는데요. 당장은 아니겠지만, 머지않아 한국에서도 대선 토론 주제로 오르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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