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메릴랜드주에서 개막한 보수정치행동회의(CPAC)는 보수 성향 시민 단체 미국보수연맹(ACU) 주관으로 1974년부터 열리고 있다. 초기에는 학술 토론회 성격이 강했지만 지금은 보수 진영 활동가들과 정치인, 유권자들이 대거 참석하는 행사로 덩치를 키우면서 ‘미 정치의 수퍼볼(미식축구 결승전)’이라고도 불린다. 보수 진영 대통령들이 취임 전 존재감을 부각시킨 무대로도 유명하다.
1974년 첫 행사에서 연단에 섰던 로널드 레이건 당시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기조 연설에서 미국을 ‘언덕 위 빛나는 도시’로 묘사하며 미국 보수의 근간인 자유 민주주의를 강조했다. 그가 말한 자유 민주주의는 인종이나 종교 등의 정체성과 무관하게 개인의 자유와 법치를 존중해야 한다는 이념을 의미했다. 그는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지난 한 세기 동안 이룬 것보다 몇 년 만에 더 많은 진전을 이뤘다”며 보수의 자부심을 강조했다. 이 연설로 주목받은 레이건은 6년 뒤 대선에서 현직 민주당 지미 카터 대통령에게 기록적 압승(선거인단 489 대 49)을 거두고 백악관에 들어갔다. 레이건은 거의 매년 CPAC에 참석할 정도로 애착을 가졌지만, 후임인 조지 HW 부시 대통령과 대를 이어 취임한 아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거의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CPAC은 21세기 들어서 공화당·보수 진영 내 성소수자 모임으로부터 후원을 받는 등 외연 확장도 시도했다. 하지만 2016년 도널드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 이후, 백인 우월주의와 반(反)동성애, 반(反)세계화 등 극단적 주장이 판치는 무대로 변질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트럼프에게 CPAC은 정치 데뷔 무대이기도 하다. 그는 2011년 CPAC에 참석해 대통령 출마 의향이 있다고 처음 말했다. 당시 열띤 환호에 자신감을 얻은 그는 이후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이 (대선 출마 자격 중 하나인) 미국 태생이 아니라는 음모론을 제기해 논란을 일으켰다.
취임 직후인 2017년 2월 열린 CPAC에서는 “가짜 뉴스와 가짜 정보원에 반대한다”며 비판 언론에 대한 노골적인 적개심을 드러냈다. 지난해 3월 CPAC 폐막식 연사로 나와서 “미국의 찬란한 영광을 찾겠다”고 하자 트럼프 지지자들이 대부분인 청중이 “4년 더!”를 외치는 장면이 연출되면서 50년 전통의 행사가 트럼프의 선거운동장으로 변질됐다는 비판도 나왔다. ABC방송은 “오랫동안 공화당의 풀뿌리를 들여다볼 수 있었던 무대가 트럼프와 친구들을 위한 무대가 됐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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