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고래 한 마리가 단 2분만에 백상아리를 사냥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학계에서는 범고래 떼가 백상아리를 집단으로 사냥하는 사례는 있었지만, 단독 사냥은 처음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3일(현지 시각) CNN 방송 등에 따르면, 남아프리카공화국 로즈대학교의 앨리슨 타우너 박사는 최근 ‘아프리카해양과학저널’에 범고래의 백상아리 단독 사냥 내용을 담은 논문을 게재했다.
연구팀이 범고래의 백상아리 사냥 모습을 포착한 건 작년 6월 18일 남아공 케이프타운 인근의 ‘물개섬’에서 800m가량 떨어진 곳에서다. 당시 수컷 범고래 ‘스타보드’가 2.5m 크기의 백상아리를 단 2분만에 사냥한 뒤 간을 빼 가는 모습이 연구팀에 의해 확인됐다. 스타보드는 2015년 케이프타운 바다에서 발견된 수컷 범고래 한 쌍 중 하나로, 나머지 한 마리는 ‘포트’라고 불린다.
연구팀은 이번 발견이 범고래의 ‘단독 사냥’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봤다. 스타보드는 통상 포트와 함께 사냥에 나섰지만, 이번에 포트는 약 100m 떨어진 곳에서 따로 발견됐다.
연구팀은 스타보드의 단독 사냥은 일반적인 범고래의 습성과도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범고래는 바다사자나 바다표범, 상어와 같은 큰 사냥감을 공격할 때 무리지어 둘러싸는 방식을 이용한다고 한다. 실제로 작년 3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몬터레이만에서 촬영된 드론 영상을 보면, 범고래 약 30마리가 모여 회색고래 2마리를 공격했다.
특히 바다의 대표 포식자 중 하나이자, 포악하기로 이름난 백상아리를 단독으로 사냥한 사례는 처음 학계에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팀은 “전례 없는 일이자 놀라운 일”이라고 했다.
이처럼 범고래의 사냥 행태가 변한 이유로 연구팀은 기후 변화나 어업의 영향을 꼽았다. 타우너 박사는 “확실한 증거는 아직 없지만, 기후변화와 산업형 어업 등 인간의 활동이 해양 생태계에 스트레스를 주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며 “범고래가 사람들이 많은 해안 근처에서 사냥해야 한다는 스트레스 때문에 재빠르고 효율적인 사냥 행태를 보이는 것일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스타보드의 백상아리 사냥은 놀라운 기술과 숙련도를 보여준다”고 했다.
연구에 참여한 이탈리아 상어연구센터 프리모 미카렐리 박사 역시 “20년 넘게 남아공을 방문해 범고래가 이곳 백상아리 개체수에 미치는 엄청난 영향을 관찰했는데, 해양 생태계 균형에 대한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고 했다.
한편 스타보드와 포트는 남아공 인근 바다에서 상어를 사냥하기로 유명하다. 작년 3월 케이프타운에서 동남쪽으로 150㎞ 떨어진 간스바이 해안에서 갈가리 찢긴 백상아리 사체 17구가 발견됐는데, 당시 전문가들은 이를 스타보드와 포트 소행으로 추정했다. 2022년 10월에는 스타보드와 포트가 상어를 공격하는 모습이 드론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다. 해양 생물학자 랄프 왓슨은 “포트와 스타보드의 공격 기술은 ‘외과 수술’처럼 정교하다”고 표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