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판 국가보안법인 ‘국가안보수호조례(維護國家安全條例)’가 19일 홍콩 입법회(의회 격)에서 통과됐다. 중국 정부가 2020년 6월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시행 이후 4년 만에 ‘홍콩 중국화’에 쐐기를 박는 자체 국가보안법이 제정된 것이다. 홍콩판 국가보안법은 홍콩보안법을 보완하는 성격으로, 외부 세력과의 결탁을 강도 높게 처벌하는 조항을 담고 있다.
홍콩 입법회는 이날 전체회의에서 홍콩 정부가 제출한 국가안보수호조례를 89명 만장일치로 승인했다. 법안은 이달 23일부터 발효된다. 존 리 홍콩 행정장관(일인자)은 “오늘은 홍콩의 역사적인 날”이라면서 “(영국으로부터 홍콩이 반환된 지) 26년 8개월 19일을 기다려 홍콩의 모두가 힘을 합쳐 영광스러운 역사를 쓴 것”이라고 말했다.
법안 논의부터 의회 승인까지 단 50일이 소요됐다. 존 리 홍콩 행정장관(일인자)은 지난 1월 30일 국가안보수호조례에 대한 공공 협의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홍콩 정부는 지난 8일, 법안에 대한 의견 수렴 절차가 끝났다면서 초안을 공개했다. 이후 의회가 6일 만에 심사를 마쳤고 다시 6일 만에 최종 승인했다. 홍콩 정부는 2003년에도 홍콩 기본법(홍콩 미니헌법) 23조에 따라 국가보안법 제정을 추진했지만 당시에는 대규모 반대 시위가 발생해 입법이 무산됐다.
이번에 통과된 홍콩판 국가보안법은 반역이나 내란 등 범죄에 대해 최대 종신형을 선고하는 내용이 담겼다. 선동, 정부 전복, 국가기밀 절취, 간첩 행위 등 안보와 관련된 39개 죄목과 구체적인 처벌 수위를 담았다. 국가 안보를 위태롭게 할 목적으로 간첩 행위를 하거나 공공 인프라를 파괴하면 최대 20년형을 내릴 수 있다.
특히 외부 세력과의 결탁을 원천 차단하는 조항들이 다수 포함됐다. 허위 사실 공표와 같이 죄질이 비교적 가벼운 경우에도 외부 세력과 공모했다면 10년형에 처할 수 있다. 외부 세력은 외국 정부와 정당, 국제기구, 일부 외국 기업 등을 말한다. 또 시민들이 외부 세력의 공모 행위를 알게 되면 가능한 빨리 경찰에 신고하도록 강제했고, ‘공무원에 대한 불만 선동’ 등 세세한 죄목을 만들어 중형에 처하도록 했다.
이번 법안 통과로 홍콩 사회가 더욱 경직되고 ‘아시아 금융허브’의 위상도 손상될 것으로 예상된다. 홍콩 내 대규모 반중(反中) 시위도 원천 차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은 1997년 홍콩 반환 이후 50년 동안 일국양제(한 나라 두 체제)를 유지하겠다고 했지만, 2019년 홍콩의 대규모 반중 시위를 계기로 홍콩 중국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 국무부는 19일 홍콩판 국가보안법에 대해 “한때 개방적이었던 홍콩의 폐쇄를 가속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비판했다. 베단트 파텔 국무부 수석부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광범위하고 모호하게 표현된 조항에 대해 우려한다”면서 “우리는 많은 문구와 범죄가 빈약하게 정의됐으며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모호하다고 본다”고 했다. 특히 법에서 규정하는 ‘외부 간섭’이란 표현의 의미가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1992년 홍콩정책법을 제정해 관세, 투자, 무역, 비자 발급 등에서 홍콩을 중국 본토와 다르게 대우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중국이 홍콩에 국가보안법을 실시하자 2020년 행정명령을 통해 홍콩의 특별지위를 철회했고,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이 행정명령을 연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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