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1월 대선을 앞둔 미국은 소셜미디어에서 수정헌법 1조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어디까지 허용해야 하는지, 또 기업과 정부가 허위 정보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두고 논쟁이 한창이다. 파급력이 강한 소셜미디어에서 ‘표현의 자유’만 좇다가는 자칫 ‘잘못된 정보’를 방치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 있다. 18일 미 최고 법원인 연방 대법원에서는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룬 심리(審理)가 진행됐다. 뉴욕타임스(NYT)가 “소셜미디어 플랫폼에 대한 정부 권한을 결정할 매우 중요한 사건”이라고 한 이날 심리를 포함해 미국 법정에서 벌어지고 있는 소셜미디어 논쟁을 점검했다.
Q1. 심리 내용은 무엇이었나
2020년 말부터 미국·영국 등 각국에서 코로나 백신 접종이 시작됐지만 소셜미디어에는 보건 당국 대응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는 콘텐츠가 퍼졌다. 일부 백신 부작용에 대한 불안감을 넘어 왜곡된 정보가 인터넷을 떠돌며 ‘백신 음모론’으로 확대됐다. 또 같은 해 11월 열린 미 대선 이후 선거 불복을 부추기는 소셜미디어 선동이 난무했고 이듬해 1·6 연방 의회 난입 사태가 벌어졌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이와 관련해 빅테크 기업인 메타(페이스북), 알파벳(구글), X(옛 트위터) 등에 접촉해 허위 정보 삭제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2022년 5월 공화당 소속인 루이지애나주와 미주리주 법무 장관은 정부의 활동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소송을 냈다. 지난해 1·2심은 “정부가 헌법의 선을 넘었을 가능성이 크다”며 주 법무 장관들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행정부 측은 “잘못된 정보가 방치되고 있는 소셜미디어 측에 ‘권고’를 하려는 것이지 ‘강압’을 한 적 없다”고 반박했다.
Q2. 연방 대법원은 어떤 판단을 내렸나
연방 대법원은 이날 바로 결론을 내리지는 않았지만 진보·보수 성향을 떠나 상당수 대법관이 하급심 판단에 동의하지 않았다. 정부가 잘못된 정보에 대해 소셜미디어와 소통하는 것 자체를 막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임명한 보수 성향의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은 “(만약 정부의 이런 접촉까지 금지하면) 개인에 대해 악의적인 의도를 갖고 온라인에 정보를 올리는 행위를 막기 위해 정부가 소셜미디어 측에 연락하는 것까지 막을 수 있게 된다”고 했다. 역시 보수인 브렛 캐버노 대법관은 “(하급심대로라면) 미군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콘텐츠를 삭제하도록 정부가 플랫폼에 요청할 수 없게 되는 것 아니냐”고 했다. 진보 성향 커탄지 브라운 잭슨 대법관도 “청소년을 자살로 이끌 수 있는 게시물과 같은 유해 콘텐츠에 대해 정부가 움직일 수 없고 플랫폼에 해당 게시물을 줄이라고 말할 수 없는 것인가”라고 원고에게 묻기도 했다. 이는 잘못된 정보로 인해 심각한 피해가 나타나는 경우 ‘표현의 자유’ 논란에서 벗어나 정부가 소셜미디어에 시정을 요구할 수 있다는 의미다. 반면 대표적 보수파인 새뮤얼 얼리토 대법관은 “정부가 페이스북과 다른 소셜미디어 플랫폼을 ‘하수인’처럼 취급한다”며 하급심과 같은 판단을 했다. 정부가 주장한 ‘권고’의 개념과 ‘강압’의 차이가 불분명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Q3. 소셜미디어 권한을 제한하자는 건가
소셜미디어 측은 허위 정보가 문제여도 ‘이용자 의사에 반해 일방적으로 삭제할 수 없다’는 주장도 한다. 이와 관련해 지난달 26일 연방 대법원에서 별도 심리가 있었다. 대법원은 소셜미디어 회사가 특정 게시물을 삭제하거나 차단하는 것을 금지하는 플로리다주 및 텍사스주의 법에 대해 논의했다. 그런데 다수 대법관은 “소셜미디어 회사가 내란을 선동하거나 공공 안전을 위협하며 혐오 발언을 퍼뜨리는 게시물을 거부할 수 있다”며 오히려 소셜미디어의 권한을 인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소셜미디어의 권한뿐 아니라 책임을 동시에 강조한 판결이었다.
Q4. 표현의 자유에 대한 입장은 무엇인가
연방 대법원은 지난 15일 ‘표현의 자유’ 인정 범위를 넓히는 또 다른 결정을 내렸다. 미시간주 포트 휴런의 한 주민은 시의원 페이스북에 비판 글을 남겼다가 더 이상 글을 남기지 못하도록 차단당하자 “표현의 자유 침해”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법원은 ‘시의원 페이스북이 공적 용도로 이용됐을 경우 상대방 차단은 부당하다’는 기준을 처음 내놓았다.
Q5. 이번 대법원 판결, 왜 중요한가
지금까지 소셜미디어 운영에 대해 정부가 어느 선까지 관여할 수 있는지 정밀하게 논의된 적이 없다. 연방 대법원은 11월 대통령 선거라는 국가적 이슈를 앞두고 ‘표현의 자유’라는 헌법 가치를 유지하는 가운데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기 위한 업계와 정부 역할을 포함해 다각도의 논의를 진행 중이다. NYT는 “대법원은 주요 플랫폼에 대한 정부의 권한 범위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과 씨름을 거듭하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대법원은 이 해답을 6월 내놓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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