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25일 중국 정부와 연계된 해커 7명을 기소한 가운데, 피해 대상에 북한 인권 등 한국 관련 사안에 목소리를 내온 친한파(親韓派) 영국 정치인도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 정치인 중에서는 드물게 문재인 정부의 탈북민 강제 북송, 대북 전단 금지법 추진 등에 쓴소리를 해온 데이비드 올튼(73) 영국 상원의원이다.
미 법무부는 이날 니가오빈·웡밍·청펑 등 중국인 해커 7명을 기소했다. 미국인 수백만 명의 이메일, 온라인 저장공간, 통화 기록 같은 개인 정보를 해킹했거나 해킹을 시도한 혐의다. 법무부는 이들이 중국 후베이성 국가안보부가 운영하는 해커집단 ‘APT31′ 소속이고, 주로 반(反)체제 인사와 미국 정치인 등을 대상으로 광범위한 해킹을 벌였다고 설명했다. 같은날 영국 정부도 ‘APT31′과 연계된 기업 1곳, 개인 2명을 제재했는데 중국에 강경한 목소리를 내온 영국 정치인 4명도 피해 대상에 있었다.
피해자 중 한 명인 올턴 상원의원은 홍콩 민주화 운동을 지지했다는 이유로 2021년 중국의 제재 대상에 올랐다. 동시에 오랜 기간 북한 인권 증진 활동을 해온 유럽 정계의 몇 안되는 지한파이기도 하다. 20년 전 그를 무작정 찾아온 19세 꽃제비 출신 탈북 소년과 면담한 것이 계기가 됐다. 이후 영국 의회 내 ‘북한 문제에 관한 초당파 의원 모임(APPG NK)’에서 활동하며 400여 차례나 문제 제기를 했다. 지난 2019년 11월 문재인 정부가 탈북 선원 2명을 강제 추방하자 이를 “베를린 장벽 너머 확실한 죽음(certain death)으로 보낸 행위”라 비유하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2020년 12월 통일부의 ‘대북전단금지법’이 국제적 논란이 됐을 땐 “문 대통령이 이 법을 승인하면 인권 보장 플랫폼이 사라진다” “여왕이 6·25전쟁 때 한국에 수만 명을 파병하며 희생을 감수한 건 평화·인권 증진 이라는 이유 때문”이라고 했다.
국제사회에서 영국이 북한인권 문제에 관심을 갖고 앞장서서 목소리를 낸 데에는 현안이 있을 때마다 외무 장관에 질의를 보내는 등 내각을 ‘괴롭힌’ 올턴 의원의 공이 크다. 영국은 국제기구에서 주요 결의안이나 성명 초안(草案)을 작성하는 이른바 ‘펜홀더(penhodler)’ 역할을 가장 많이 하는 나라다. 지난해 10월 중국이 동북 3성에서 억류된 탈북민 600명을 강제 소환한 사실이 알려지자 올턴 의원 주도로 ‘탈북민의 강제 북송을 막아야 한다’는 서한이 발표됐다. 이후 영국 외무부는 중국을 콕집어 중국이 당사국인 ‘난민 지위에 관한 유엔 협약’(1951년 제정)과 ‘난민 의정서’(1967년)의 이행을 촉구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외교장관이 이날 “왕이 중국 외교부장에게 직접 문제를 제기했다”고 밝힌 반면, 중국 측은 “날조에 의한 악의적 비방”이라고 반박했다.
-
🌎조선일보 국제부가 픽한 글로벌 이슈! 뉴스레터 구독하기 ☞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275739
🌎국제퀴즈 풀고 선물도 받으세요! ☞ https://www.chosun.com/members-event/?mec=n_qui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