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니스 시도로우(49) 우크라이나군 중위. 50세 가까운 나이에도 일선에서 복무 중이다. 우크라이나군은 최근 병력 부족과 고령화로 전투력 저하 문제를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무기뿐만 아니라 병력 부족에도 시달려 온 우크라이나가 결국 징병 연령을 낮추는 새 병역법 시행에 나섰다. 징병 확대가 젊은층의 반발과 현 정부 지지율 하락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에도 일단 병력 충원이 시급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우크라이나 현지 매체들은 2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이날 징집 대상을 현행 27세 이상에서 25세 이상으로 두 살 낮추는 것을 골자로 한 병역법 개정안에 서명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의회(라다)가 지난해 5월 법 개정 논의를 시작한 지 11개월 만이다. 새 병역법은 징병 연령 하향 외에도 들쭉날쭉했던 복무 기간을 36개월로 단일화해 사실상 연장하기로 했다. 키이우포스트는 “징병 확대에 대한 반발에도 불가피한 조치”라고 전했다. 앞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1년 내 50만명을 추가 징집하기 위해 징집 연령 하향이 필요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징집 확대에 대한 반발을 우려, 법 개정과 시행에 신중한 태도를 보여 왔다.

우크라이나군은 이를 통해 약 40만~50만명의 추가 병력을 모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현재 약 90만명의 병력(예비군 제외)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전쟁이 3년 차에 접어들면서 우크라이나군은 심각한 병력 자원 부족 문제를 겪고 있다. 러시아의 공세에 밀리고 있는 동부 전선은 병력 규모 자체도 열세인 데다, 장기 복무 병사들의 피로 누적이 큰 문제다. 영국군 추산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 병사들의 평균연령은 40세가 넘는다. 키이우포스트는 “고령화된 병사들이 허리 통증 같은 만성 질병으로 전투력 저하를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초부터 20~30대를 대상으로 한 병력 충원을 계속 시도해 왔다. 그러나 병역 비리가 만연하면서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지난해 8월에는 병역 담당 공무원들이 돈을 받고 입대를 면제해 주거나, 징병 대상자의 해외 도피를 알선하는 등 비리가 대거 적발돼 전국의 지방 병무청장 전원이 해임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내무부에 따르면 현재 병역 기피 혐의로 고발된 사람은 9000명이 넘는다.

결국 지난해 12월 정부가 징병 대상을 확대하고, 병역 자원 관리를 강화하는 내용의 병역법 개정안을 내놨다. 그러나 국회 내에서도 여론 악화를 우려한 논란으로 쉽게 통과되지 못하다 수차례 개정을 거친 끝에 일부 조항이 통과됐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는 “우크라이나군에 대한 국민적 지지는 매우 높지만, 정작 군에 자원해 전투에 나서려는 사람은 거의 없다”며 “2년 넘게 복무한 병사들의 고충, 또 이를 바라보는 지휘관들의 고민만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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