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수도에 있는 초고층 건물 타이베이101와 그 안에 설치된 구체 댐퍼보이. /로이터 뉴스1, Taiwan News 유튜브 영상

대만에서 발생한 규모 7.2 강진으로 피해가 불어나는 가운데, 기울거나 무너진 건물들 사이 끄떡없이 자리를 지킨 초고층 빌딩 ‘타이베이101′(TAIPEI 101)이 관심받고 있다. 현지 랜드마크이자 내부 특수 장치 덕분에 ‘대만 내진설계의 상징’으로 불리는 그 빌딩이다.

미국 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4일(현지시각) ‘660t 무게의 진자가 대만에서 가장 높은 건물을 지진으로부터 보호한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전날 발생한 지진에도 별다른 피해를 입지 않은 타이베이101을 조명했다. 타이베이101은 수도 타이베이 신이구에 위치한 지상 101층·지하 5층짜리 복합쇼핑몰이다. 높이 509m의 초고층으로 세계에서 9번째로 높은 건물로 알려져 있다.

이번 대만 강진은 전국 곳곳을 초토화시킬 정도로 강력했다. 지금까지 9명의 사망자가 나왔고 1000여 명이 부상당했다. 타이베이101은 이런 상황에서도 비교적 멀쩡한 모습이었는데, 그 비결은 노란색 강철 구체 ‘댐퍼보이’에 있다. 지진과 강풍 등 자연재해로부터 건물을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것으로 무게만 660t에 이른다.

댐퍼보이는 타이베이101의 87층과 92층 사이에 있다. 두께가 각각 약 13㎝인 철판 41개를 겹겹이 쌓아 용접해 공 모양을 만들었다. 직경은 약 5.5m다. 42m 길이의 강철 케이블 92개가 이 공을 붙잡고 있는 형태다. 강철로 만든 거대한 추가 지상으로부터 305m가량 위에 매달려있다고 보면 된다.

타이베이101 안에 설치된 댐퍼보이가 진동에 의해 좌우로 흔들리는 모습. 건물의 균형을 맞추는 과정이다. /Taiwan News 유튜브 영상

댐퍼보이가 빌딩을 보호하는 원리는 무엇일까. 외부 힘에 의해 건물이 움직일 때, 그 방향과 반대로 흔들려 건물 전체의 균형을 맞춘다. 예를 들어 지진 진동에 의해 건물이 오른쪽으로 움직이면, 동시에 댐퍼보이가 왼쪽으로 이동해 같은 힘을 가한다. 외부 동력이나 제어 없이 중력과 건물 움직임으로만 작동하는 것이다. 건물의 움직임을 최대 40%까지 줄여줄 수 있다고 한다.

타이베이101은 2004년 12월 완공 당시 세계에서 제일 높은 마천루였다. 이때부터 내진설계의 ‘끝판왕’으로 불렸는데, 그 이유 역시 이 댐퍼보이다. 타이베이101은 2002년 3월 공사 도중 이미 7.1 규모의 강진을 맞은 적 있다. 인근 저층 건물들이 하나둘 쓰러질 때, 타이베이101만 무너지지 않고 멀쩡했다. 댐퍼보이의 원리 덕분이었다.

이와 비슷한 구형 추는 다른 나라 건물에도 있다. 미국 뉴욕 센트럴파크 타워와 아일랜드 더블린 첨탑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다른 곳과는 달리 타이베이101의 경우 방문객들이 공공 전망대에서 댐퍼보이를 구경할 수 있다.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에는 진동 발생 순간 좌우로 흔들려 균형을 맞추는 댐퍼보이의 영상도 공개돼 있다.

-

🌎조선일보 국제부가 픽한 글로벌 이슈! 뉴스레터 구독하기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275739

🌎국제퀴즈 풀고 선물도 받으세요!https://www.chosun.com/members-event/?mec=n_qui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