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대통령은 4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전화 통화를 갖고 가자 지구 내 민간인 피해를 막지 않을 경우 이스라엘을 적극 지지해온 미국의 대(對)이스라엘 노선을 바꾸겠다고 사실상 ‘최후통첩’을 했다. 지난 6개월간 가자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전쟁으로 민간인 사망자가 3만명이 넘어갔고, 지난 1일 이스라엘방위군(IDF)의 오폭으로 국제 구호단체 월드센트럴키친(WCK) 활동가 7명이 숨지는 일까지 겹치면서 미 정부가 네타냐후 정권에 ‘레드 카드(경고장)’를 꺼내든 모양새다. 미국의 경고 직후 이스라엘은 구호물품 반입을 위한 육·해상 국경 통로를 개방하면서 한발 물러섰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4일 워싱턴 DC 백악관 집무실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통화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바이든은 이날 네타냐후와 약 30분간 통화를 했고 이스라엘의 오폭 사건에 대해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고 백악관은 전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이 민간인 피해, 인도주의적 고통, 구호 활동가들의 안전을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정책을 발표하고 시행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며 “가자지구에 대한 미국의 정책은 이들 조치와 관련한 이스라엘의 즉각적인 행동에 대한 평가로 결정된다고 (바이든은) 밝혔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바이든이) 전쟁 발발 후 이스라엘에 가장 날카로운 입장을 보였다. 설득이 통하지 않는 네타냐후에 대한 좌절감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미 국무·국방장관도 일제히 이스라엘에 대한 경고에 나섰다. 국방부는 이날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과 전화 통화를 했으며 “(WCK 공격에 대해) 격분(outrage)을 표출했다”고 전했다. 오스틴은 이어 “이번 사건에 대해 신속하고 투명하게 조사하고, 관련자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했다.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외무장관 회의가 열린 벨기에 브뤼셀에서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도 “이스라엘이 전쟁 수행 방식을 크게 조정하지 않으면 미국의 지원이 축소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중해와 접한 가자 지구의 해변 도로를 따라 구호 식량을 전달하고 돌아오다가 지난 1일 차례대로 드론 발사 미사일 공격을 받은 월드센트럴키친(WCK) 소속 구호 차량의 파괴된 모습. 이 공격은 이스라엘방위군의 오폭으로 드러났다. /WCK 제공

오는 11월 대선에서 바이든과 맞붙을 가능성이 높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도 ‘종전’을 거듭 언급하면서 이스라엘을 압박했다. 그는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네타냐후는 전쟁을) 끝내고 정상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했다. 트럼프는 그간 친이스라엘 입장이었지만 아랍계 유권자들의 표심을 끌어들이기 위해 입장을 바꿨다는 분석이다.

미국의 강력한 경고에 이스라엘은 이날 가자지구에 더 많은 원조 물품이 들어갈 수 있도록 육·해상 국경 통로 세 군데를 추가로 열기로 했다. 우선 가자지구 북부와 이스라엘을 잇는 에레즈 검문소가 전쟁 발발 이후 처음 재개방된다. 가자지구 동남부 끝 모서리에 위치한 케렘 샬롬 검문소와 이스라엘 남부 아슈도드 항구도 개방되면서 구호 물품 반입이 수월해질 전망이다. 에이드리언 왓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성명에서 “(바이든) 대통령 요청에 따라 이스라엘 정부가 발표한 조치를 환영한다”며 “우리는 가자 지구의 인도주의적 지원이 늘어나도록 이스라엘 정부 및 국제사회와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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