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새벽 이란이 이스라엘을 향해 발사한 로켓 등이 예루살렘의 알 아크사 모스크 위로 보이고 있다./AFP 연합뉴스

이란이 이스라엘을 무인기(드론)와 미사일 300여 기로 13일 전격 공습했다. 지난 1일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의 이란 영사관을 이스라엘이 폭격해 이란 혁명수비대 고위급 지휘관 등 10여 명이 사망한 지 12일 만에 단행한 보복 공격이다. 이란이 이스라엘 본토를 직접 공격하기는 처음이다. 이란·이스라엘은 1979년 이란의 이슬람 혁명 이후 적대 관계를 지속해 왔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이란이 지원하는 헤즈볼라·후티·하마스 등 중동 일대의 이슬람 무장 단체와 이스라엘이 충돌하는 ‘그림자 전쟁’ 구도였다.

이스라엘군은 13일 오후 11시(한국 시각 14일 오전 약 5시) 이란이 이스라엘을 향해 미사일과 드론을 발사했다고 발표했다. 이란군도 이를 즉각 인정했다. 이란은 이번 작전에 ‘진실한 약속(True Promise)’이란 이름을 붙였다. 이는 이란의 ‘복수 약속’이 지켜졌음을 뜻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의 드론·미사일은 2시간여 만인 14일 오전 1시 30분쯤부터 이스라엘 국토 전역에 도달했다. 공습은 5시간가량 이어졌으나 이스라엘군과 미국·영국·요르단군의 합동 요격으로 99%가 파괴됐다고 이스라엘 측은 밝혔다.

그래픽=양인성

이번 공습으로 양측 분쟁이 전면전으로 치달을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이스라엘·하마스가 이미 전쟁을 벌이는 가운데 중동 전쟁이 확전할 경우 글로벌 안보와 세계 경제엔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공습 직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통화하고 “이란에 대한 어떠한 반격도 반대한다”며 양국의 전면전이 촉발할 대규모 확전 가능성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드론·미사일 요격하는 이스라엘 방공 시스템 - 14일 새벽 이스라엘 남부 아슈켈론에서 포착된 이스라엘군 방공 시스템의 드론(무인기)·미사일 요격 장면. 전날 밤 이란은 이스라엘을 향해 드론·미사일 300여 기를 발사하며 전격 공습을 강행했으나, 이스라엘군은 이 가운데 99%를 요격했다고 밝혔다. /로이터 연합뉴스

이스라엘군은 “드론 약 170기, 탄도미사일 120여 기, 순항미사일 30여 기가 이스라엘을 공격했다”고 밝혔다. 드론은 이란이 러시아에도 지원한 ‘샤헤드-136’ 기종으로, 폭약을 싣고 날아가 목표물을 타격하는 일명 ‘가미카제 드론’이다. 이란의 대대적 공습에도 이스라엘군 등의 성공적 요격으로 피해는 크지 않았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수석 대변인은 이날 “남부 군(軍) 기지가 약간 파괴되고, 어린이 한 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또 “미사일과 드론 대부분이 격추됐고, 탄도미사일 수십 발은 국경을 넘어오기 전에 파괴됐다”고 했다. 이스라엘은 이란의 추가 공격 가능성에 대비해 15일까지 모든 학교 문을 닫고 1000명 이상 모이는 대중 집회도 금지했다.

이날 피해는 크지 않았지만, 이번 공격으로 중동 위기가 최악 상황으로 치닫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이란의 이스라엘 직접 공습은 오랫동안 이어진 ‘그림자 전쟁’이 위험한 새 단계로 넘어갈 것이라는 우려를 키운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10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이슬람 무장 단체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서 하마스 격멸을 위한 지상전을 벌여왔다. 이런 가운데 이란은 레바논의 헤즈볼라, 예멘 후티, 이라크의 시아파 민병대 등 자국이 지원하는 이슬람 무장 세력인 이른바 ‘저항의 축’을 통해 이스라엘을 간접적으로 공격해 왔다.

이란 공습에… 네타냐후도 바이든도 긴급 안보회의 - 13일 이란이 이스라엘 본토를 향해 드론(무인기)·미사일 300여 기를 발사해 중동 일대에서 확전 우려가 커지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왼쪽에서 셋째) 이스라엘 총리가 14일 이스라엘 텔아비브 군사기지에서 전시 내각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위 사진). 아래 사진은 13일 조 바이든(오른쪽에서 셋째) 미국 대통령이 미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국가안보회의(NSC)를 소집, 참모들과 이란 공습 대응 방안을 논의하는 모습. /AFP·AP 연합뉴스

이번 이란 공습에도 이란의 후원을 받은 이 대리 세력이 대거 참여했다. 이스라엘군은 “드론과 미사일 300여 기 대부분이 이란에서 날아왔으나, 일부는 예멘과 이라크에서도 발사됐다”고 발표했다. 이란의 후원을 받는 예멘 후티 반군은 지난해 11월부터 이스라엘에 10여 차례 드론과 미사일 공격을 해왔고, 홍해 인근에서 서방 상선을 무차별적으로 공격·나포해 왔다. 또 이라크의 시아파 민병대 역시 이란의 지원을 받아 이스라엘 북동부에 포격을 해왔다. 레바논의 이슬람 무장 세력 헤즈볼라도 동시에 드론과 로켓 공격을 해왔다고 일간 하레츠 등 이스라엘 매체들은 보도했다.

이슬람권과 이스라엘의 충돌이 이란의 직접 공습으로 격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세계는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유럽 내 확전의 암운(暗雲)에 이어 5차 중동 전쟁의 가능성마저 우려해야 하는 아슬아슬한 상황을 마주하게 됐다. 유엔은 이스라엘의 요청에 따라 14일 오후 안전보장이사회를 소집,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과 중동 사태 악화 문제를 논의한다. 유엔 주재 이란 대표부는 “이번 공격으로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 대응은 종료한 것으로 간주한다”며 “이란은 역내 긴장 고조나 충돌을 추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한편 뉴욕타임스는 14일 이스라엘 관료를 인용해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바이든 미 대통령과 통화 직후 이란의 공습에 대한 보복 계획을 보류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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