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맨해튼의 루스벨트 호텔. 100년 전통의 이 호텔은 불법 이민자들을 위한 '쉼터'로 변신해 운영되고 있다. /AP 연합뉴스

직장인 이모(35)씨는 최근 뉴욕 맨해튼으로 여행 갈 준비를 하다 고민에 빠졌다. 이씨는 “뉴욕 물가가 비싸다는 말은 들었지만, 특히 숙박비가 말도 안 되게 비쌌다”고 했다. 저렴한 호텔을 찾을 수 없었던 이씨는 결국 친구와 함께 방을 쓰기로 하고, 각각 1박당 25만원씩(도시 세금 별도)을 지불했다.

뉴욕의 호텔 객실 요금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그런데 그 배경에 2022년부터 뉴욕의 골칫덩이로 떠오른 불법 이민자 문제가 숨겨져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상업용 부동산 분석 회사 코스타(CoStar)에 따르면 뉴욕시 호텔 평균 일일 숙박 요금은 지난해 301.61달러(약 41만원)로 2022년(277.92달러)에 비해 8.5% 뛰었다. 비수기인 올해 1분기 평균 숙박비는 230.79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7% 상승했다.

그래픽=김현국

가격 상승 원인에 대해 뉴욕타임스(NYT)는 “뉴욕의 호텔 5곳 중 1곳이 쉼터로 사용되면서 관광객 숙소 대란을 일으켰다”고 전했다. 뉴욕은 2020년 코로나 팬데믹 이후 침체기를 겪으며 관광업이 무너져 내렸다. 특히 호텔업이 직격탄을 맞아 공실(空室) 문제가 컸는데, 뉴욕시에서는 이 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밀려드는 불법 이민자들에게 쉼터를 제공하기 위해 일반 호텔과 장기 계약을 맺었다. 뉴욕시의 약 680개 호텔 중 135개가 쉼터로 전환됐다. 이 중엔 100년 역사의 맨해튼 루스벨트 호텔, 4성급인 로 NYC(Row NYC) 호텔 등도 포함된다. 이 프로그램에 중저가(中低價) 호텔이 많이 참여해, 평소 이 가격대 호텔을 찾는 여행객들이 특히 피해를 보고 있다. NYT는 “이민자들이 호텔을 이용하면서 1만6532객실이 사라졌다”면서 “뉴욕시는 3년 동안 100억달러를 지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지난해 9월 뉴욕시가 시행하기 시작한 에어비앤비 정책도 영향을 줬다. 뉴욕시는 렌트비 상승 원인 중 하나로 에어비앤비를 지목하고 단기 임대 등록을 금지하는 규제를 도입했다. 에어비앤비는 뉴욕시 전체 관광 숙박 시설의 10%를 차지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에어비앤비를 찾던 여행객들이 호텔로 발걸음을 돌리기 시작했고, 때마침 불법 이민자 문제까지 겹치면서 ‘병목현상’을 일으켰다는 것이다. 다만 에릭 애덤스 시장은 “뉴욕시 정책에는 문제가 없고 관광객이 코로나 직전 수치에 근접하면서 벌어진 일”이라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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