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남성들이 러시아와의 전쟁에 동원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은둔 생활을 택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1일 보도했다.
NYT는 징병을 피하기 위해 도심으로 나가는 것을 꺼리는 우크라이나 남성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거리를 돌아다니다 징병관의 눈에 띄는 것을 피하기 위해 택시로만 이동하거나, 체육관에서 운동하는 것도 중단하는 경우도 있었다. 집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며 배달 음식에 의존하고 망원경으로 바깥 상황을 망보는 경우도 생겨났다. 키이우나 르비우 같은 대도시에서는 수만 명이 소셜미디어 계정을 통해 징병관의 움직임을 공유하고 있다.
이들이 잠적을 택한 것은 전쟁에 끌려가고 싶지 않다는 의지 때문이다. NYT가 인터뷰한 우크라이나 남성들은 모두 피비린내 나는 참호전에서 죽고 싶지 않다는 두려움을 표현했다. 충분한 군사 훈련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전장에 나설 수 없다고 주장하는 경우도 있었다. 대부분의 우크라이나군은 징집 이후 약 5주간의 훈련 기간을 거치는데, 이 기간이 실전 전투에 투입되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NYT에 따르면 군사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군이 적절한 훈련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전장에 투입되는 바람에 전선 유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2년 넘게 이어진 러시아와의 전쟁으로 병력이 부족해진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 4월 징병 강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은 징집 대상자인 25∼60세 남성들이 개인정보를 등록해 징집 통보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전쟁이 시작된 직후에는 자원 입대에 의존하며 대규모 징병을 피해 왔지만, 정기적인 병력 보충 없이는 전쟁이 지속될 수 없다는 점이 명확해지자 이처럼 징병 강화 법안을 통과시킨 것이다.
이미 징집에 응했거나 자발적으로 입대한 우크라이나 군인들은 징집을 피하려는 사람들의 이기심을 비판하고 있지만, 이미 자국 군인들의 희생을 목격한 청년들은 선뜻 전쟁에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다. NYT는 “징병관들이 병력 동원을 위해 도시 곳곳을 뒤지기 시작하면서 목숨을 걸고 국경지대의 강을 건너 루마니아로 탈출하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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