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체어마트에서 마터호른산 봉우리를 올려다보며 기념 촬영을 하는 관광객. 손에 든 초콜릿 상자에 마터호른산이 그려져 있다. /로이터 뉴스1

기후변화로 알프스산맥 빙하가 녹자 스위스와 이탈리아가 국경선을 다시 그리기로 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지난달 29일 스위스 정부가 마터호른산 일대 이탈리아 국경을 새로 조정한다는 내용의 조약을 비준했다고 전했다. 기존 국경은 두 나라 사이에 놓인 알프스산맥의 마터호른산(해발 4478m) 능선을 따라 자연적으로 형성돼 1815년 공식 확립됐는데, 지구온난화로 산맥의 빙하가 녹으면서 지형이 변해 국경 조정이 필요해졌다.

새 국경선은 이탈리아도 조약에 서명하면 확정된다. 정확한 위치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원래 이탈리아 땅이었던 산장 등을 포함해 이탈리아가 영토 일부를 더 갖게 될 전망이다. 스위스 정부는 “자연을 기준으로 정의한 국경이 기후변화로 변화함에 따른 조치”라고 비준 이유를 밝혔다.

그래픽=김현국

스위스와 이탈리아가 국경 재정비 논의를 시작한 건 2000년대 이후 이 지역의 빙하가 급격하게 녹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얼음에 숨어 있던 암반이 점차 드러나자 국경선은 남쪽으로 100~150m 밀려나 이탈리아 땅이 줄고 스위스 땅은 늘었다. 그 결과 능선 부근에 위치한 이탈리아 산장 면적의 3분의 2 정도가 지리적으로 스위스 영토가 됐다고 한다.

양국이 국경 재정비 필요성에 공감한 지는 10년이 넘었다. 하지만 이곳엔 매년 270만여 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는 대형 스키 리조트가 있어 조정이 길어졌다. 유로뉴스 등은 국경 논란으로 신규 케이블카를 지으려던 이탈리아의 계획이 무산되고 스위스는 마을 주거 시설 건축 허가가 잠정 중단되는 등 혼란이 계속돼 왔다고 전했다.

이탈리아는 프랑스와도 기후변화로 인한 국경 논쟁을 벌이고 있다. ‘유럽의 지붕’이라 불리는 알프스산맥의 몽블랑산을 기준으로 영토가 나뉜 양국은 빙하 붕괴 속도가 빨라지면서 최대 300m까지 새 국경선을 이동하는 방안을 두고 분쟁을 거듭하고 있다. 2015년 프랑스 샤모니 지역 시장이 일방적으로 몽블랑산 내 이탈리아어 표지판을 철거한 사건 이후 외교 분쟁으로까지 격화됐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가 계속됨에 따라 유럽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이와 비슷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유럽연합(EU) 기후변화 관측 기관인 코페르니쿠스에 따르면, 작년 세계에서 빙하 600기가톤이 사라져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고, 알프스 빙하는 지난 2년 사이 10%가 녹아 사라졌다.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난민 유입으로 유럽이 솅겐 조약을 무시하고 국경 통제를 강화해 역사적인 의미의 국경선이 더욱 논란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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