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레바논 친(親)이란 무장 단체 헤즈볼라 간 휴전이 성사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앞서 헤즈볼라 측이 미국이 제시한 휴전안에 동의한 가운데 이스라엘 정부도 26일 안보 내각 회의에서 이를 최종 승인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CNN·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26일 오후 5시 30분(현지 시각) 안보 내각 회의를 소집해 해당 휴전안 승인 여부를 논의한다고 보도했다. 앞서 24일 회의에서 이스라엘 정부는 휴전안에 “원칙적으로 동의한다”는 입장을 정리한 상태다. 이스라엘 방송 채널12는 “안보 내각 회의에 참석한 정치인과 국방 관계자들이 이번 휴전안을 거의 만장일치로 지지했다”며 “극적인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 한 휴전은 무산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휴전을 중재해 온 미국 역시 낙관적인 전망을 내비쳤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휴전 협상이 (타결에) 근접했다고 믿는다”며 “논의는 건설적이었으며 (협상) 궤적이 휴전을 위한 올바르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했다. 그는 다만 “모든 것이 완료될 때까지는 아무것도 완료되지 않은 것”이라며 휴전안의 구체적 내용을 밝히지는 않았다.
헤즈볼라는 지난해 10월 7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무장 단체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하자 다음 날 “하마스를 지원하겠다”며 이스라엘 북부 지역에 미사일·드론 등을 발사했다. 이후 이스라엘과 헤즈볼라는 지금까지 410일 이상 매일 포격을 주고받아 왔다. 특히 지난 9월 헤즈볼라 대원들이 사용하는 무선 호출기를 이스라엘이 동시다발적으로 폭발시켜 레바논 전역에서 12명이 사망하고 2800여 명이 부상을 입은 이후 양측의 갈등은 걷잡을 수 없이 격화됐다.
이스라엘은 이후 레바논에 공습을 강화해 헤즈볼라 수장 하산 나스랄라를 폭사(爆死)시켰고, 나스랄라의 후임으로 유력했던 하솀 사피에딘과 군부 2인자 이브라힘 아킬 등 헤즈볼라 핵심 수뇌부를 차례로 제거했다. 현재 지도자는 나임 카셈으로 알려졌지만, 이전보다 조직은 와해됐다고 전해진다. 지난달 초엔 레바논 남부 국경 지역에 지상군을 투입해 본격적으로 헤즈볼라 거점을 공략해 왔다. AP에 따르면, 현재까지 양측의 교전으로 레바논에서 3500명, 이스라엘에서는 70명 이상이 사망했다.
이번 휴전안에는 이스라엘이 레바논에서 철수하고, 헤즈볼라는 이스라엘 국경에서 북쪽으로 약 29㎞ 떨어진 리타니강 이북으로 중화기를 옮기는 조치와 함께 60일간의 휴전 과도기를 갖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이스라엘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이스라엘군이 철수한 레바논 남부에는 레바논 정부군과 유엔 평화유지군이 함께 주둔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또 레바논 정부가 자국 내 헤즈볼라 무기 생산 및 구매를 감독하고, 미국이 의장국을 맡고 프랑스 등 5국이 참여하는 감독위원회가 휴전안 합의 이행 여부를 모니터링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는 2006년 채택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1701호를 완전히 이행해 역내 무력 충돌을 항구적으로 방지하겠다는 구상이다. 결의안 1701호는 헤즈볼라를 리타니강 이북에 머무르도록 하고 유엔군이 주둔하는 리타니강 일대에서 적대 행위를 금지했지만, 헤즈볼라가 수년간 이를 위반해 유명무실해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스라엘 정부가 휴전안을 최종 승인할 경우 지난해 10월 8일 이후 416일 만에 포성이 멈추게 된다. 다만 핵심 쟁점이었던 ‘헤즈볼라가 합의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이스라엘이 대응할 자유’를 보장하라는 이스라엘 측 요구에 양측이 끝내 합의하지 못할 가능성도 배제하기는 어렵다. 뉴욕타임스는 “이스라엘은 2006년 헤즈볼라와의 전쟁을 끝내고 휴전에 합의한 뒤로도 헤즈볼라를 국경에서 완전히 떨어뜨려 놓지 못했다는 사실을 우려하고 있다”며 “(이스라엘이) 이번에는 합의를 지키기 위해 무력을 동원하는 데 대한 명확한 승인을 원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이스라엘이 (헤즈볼라의 협상 불이행 시) 레바논에 병력을 재배치할 수 있다는 데 대한 미국의 공식 승인을 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휴전 협상이 타결되면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인질 송환 협상도 새 국면을 맞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헤즈볼라가 휴전할 경우 하마스가 강력한 지원 세력을 잃고 고립돼 결국 협상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다. 현재 가자지구에는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에 납치된 이스라엘 인질 251명 중 97명이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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