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데이비드 라미 영국 외무장관, 하칸 피단 튀르키예 외무장관, 안토니오 타지니 이탈리아 외무장관(뒤쪽 가운데) 등 참석자들이 4일(현지시각) 벨기에 브뤼셀에서 이틀째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외교장관 회의 둘째 날 다른 장관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독일 일간지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은 최근 “독일 연방군이 러시아의 도발 상황을 가정해 세운 작전계획 문서를 입수했다”며 1000쪽 분량의 ‘독일 작전’의 일부 내용을 공개했다. 전쟁 발생 시 독일 내 주요 기반 시설에 대한 방어 전략과 동유럽으로 진군할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 병사를 지원하기 위한 방안 등이 포함됐다.

독일은 지금은 EU(유럽연합)와 나토에 소속된 자유진영의 핵심 일원이고, 러시아는 권위주의 진영이다. 그러나 2차 대전 당시에는 나치 독일군과 소련군으로 혈투를 벌였던 두 나라가 앞으로 다시 충돌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됐다는 점에서 보고서는 주목을 끌었다.

이처럼 EU와 나토에 가입된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 침공이 수년 내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3차 세계 대전 발발에 대비하고 있다고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4일 보도했다. 뉴스위크는 ‘유럽이 조용히 3차 세계대전에 대비하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러시아가 수년 내에 나토 회원국을 도발할 수 있다는 경고가 이어져 러시아 접경국들뿐 아니라 각국이 국방비를 늘리고 방어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이미 유럽 전역에서 전쟁 준비의 조짐이 있다. 러시아 국경에 가까운 나라에서는 그 움직임이 두드러진다”고 전했다.

이런 기조가 특히 강한 곳은 옛 소련 시절 강제 병합의 수난을 겪어 반(反)러 성향이 강한 발트 3국(리투아니아·에스토니아·라트비아)이다. 세 나라는 지난 1월 국경 방어 진지를 강화하고 군수품 공급 네트워크를 구축한다는 내용의 상호 협정을 체결했다. 리투아니아 전 총리를 지낸 안드리우스 쿠빌리우스 EU 방위 담당 집행위원은 지난 9월 자국 공영방송 LRT와의 인터뷰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향후 6~8년 이내에 EU나 나토와의 대결 준비를 끝낼 것이라는 것이 EU 국방 각료들과 나토 사령관들의 공통된 의견”이라고 밝혔다. 리투아니아는 러시아 탱크 등의 진입을 막기 위해 콘크리트 블록 등 대전차 방어시설을 설치했다. 에스토니아는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3.4% 수준인 국방비를 2026년까지 3.7%로 올리기로 했고, 라트비아는 건물 지하를 공습 대피소로 사용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독일과 함께 유럽 자유진영을 이끌고 있는 영국과 프랑스도 러시아가 나토 회원국의 영토를 광범위하게 공격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나란히 국방비 지출을 늘리기로 하는 등 방어 계획을 서두르고 있다고 뉴스위크는 전했다. 스웨덴과 노르웨이 등 북유럽 국가들도 최근 각국 국민에 대한 전시 상황 대피 지침서를 발간하면서 준비태세를 강화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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