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건강보험회사 유나이티드헬스그룹의 보험 부문 대표인 브라이언 톰슨 최고경영자(CEO)가 4일(현지 시각) 오전 6시 45분, 미국 뉴욕 맨해튼 미드타운에 있는 힐튼 호텔 밖에서 괴한이 쏜 총에 등과 다리를 맞고 인근 병원으로 후송됐지만 사망했다. /로이터 뉴스1

가입자수만 5170만명인 미국 최대 건강보험사 유나이티드헬스그룹 보험 부문 대표 브라이언 톰슨이 뉴욕 한복판에서 총을 맞고 살해됐는데 여론은 싸늘하다. 이는 일부 보험 가입자들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보험사에 대한 불만을 강하게 성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현지 언론이 분석했다.

5일(현지 시각)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자신을 응급실 간호사라고 소개한 한 시민은 틱톡에 “나는 죽어가는 환자가 보험금 지급을 거부 당하는 것을 봐왔다”며 “그 환자들과 가족들 때문에 나는 톰슨에 대해 측은함을 느낄 수 없다”고 했다. 또 다른 사용자는 틱톡에 “보험사가 제대로 보험금을 지급해 주지 않아 아들을 위한 장애인용 특수 침대를 구하는 과정에서 좌절을 겪었다”고 했다. “출산 뒤 보험금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너무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불만을 토로하는 사람도 있었다.

유나이티드헬스그룹의 톰슨 사망 관련 애도 성명에 붙은 페이스북 사용자들의 반응 /페이스북

6일 기준 톰슨이 사망한 뒤 유나이티드헬스그룹 페이스북 공식 사망 애도 성명에 달린 반응 약 6만4000건 가운데 ‘웃음’ 이모티콘으로 반응한 수가 5만 9000건이다. ‘슬픔’ 이모티콘 수는 2400개에 그친다. NYT는 이러한 반응이 나오게 된 건 민간 보험에 불만을 가진 미국인들이 겪어온 좌절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죽음을 희화화하는 이런 상황이 우려스럽다는 반응도 있었다. 미국 러트거스대 렉스 골든버그 펠로우 연구원은 NBC 인터뷰에서 “톰슨을 살해한 행위를 찬양하고 미화하는 소셜 미디어 게시물이 급증하는 것은 매우 우려스럽다”고 했다.

톰슨이 사내에서 평소 보험 가입자의 불만을 해결하기 위해 많은 일을 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유나이티드헬스그룹의 한 직원은 “톰슨은 가입자의 불만에 대해 조처하고 싶어한 몇 안 되는 임원 중 하나였다. 톰슨은 국가의 건강보험 상태와 회사 문화를 바꿔야 할 필요성을 얘기한 적도 있었다”며 “다른 임원들은 회피하는 주제였다”고 NYT에 말했다.

톰슨은 전날 오전 6시 44분쯤 뉴욕 맨해튼 미드타운에 위치한 힐튼호텔 입구 인도에서 검은색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남성이 쏜 총에 사망했다. 톰슨을 살해한 용의자는 범행 직후 도주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사건 뒤 범행 현장에서 발견된 탄피엔 ‘부인(Deny)’, ‘방어(Defend)’, ‘증언(Depose)’이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AP통신은 이 문구가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기 위해 보험사들이 사용하는 전략을 언급하는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