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후보 시절 유세 현장에서 빌리비 피플의 노래 'YMCA'에 맞춰 춤추는 모습. /유튜브

부진한 경기와 혼란한 정치 속에 한 해를 힘겹게 보내야 했던 건 우리나라만이 아니었다. 전 세계 국가들 또한 갖가지 이유로 고단했던 2024년이었지만, 그래도 팍팍한 마음을 어루만지는 아름다운 노래들이 지구 곳곳에 울려 퍼져 사람들을 위로했다. 2024년 세계인들의 머리와 마음에 새로이 각인된 노래, 조선일보 국제부가 일곱 개를 뽑아 정리했다.

지난 6월 27일 도쿄돔 무대에서 마쓰다 세이코의 ‘푸른 산호초’ 무대를 재현해 호평받은 K팝 걸그룹 뉴진스 멤버 하니. /어도어

◇뉴진스 하니 ‘푸른 산호초’

2024년은 한일 관계가 급진전한 한 해였다. 한일 양국 젊은이들의 편견 없는 문화 교류가 큰 역할을 했다. 걸그룹 뉴진스도 올해 일본에 진출, 큰 인기를 끌며 가교(架橋) 역할을 했다. 지난 6월 도쿄돔에서 뉴진스 멤버 하니가 1980년 일본 가수 마쓰다 세이코가 노래한 ‘푸른 산호초’를 부른 장면은 단연 화제였다. 일본 ‘버블 호황기’의 향수를 떠올리는 노래를 한국 걸그룹의 베트남계 호주인 멤버가 불러, 한일 양국의 공감을 불러일으킨 이례적 사건이었다.

일본 내 한국계 민족학교인 교토국제고교 학생들이 지난 8월 23일 일본 효고현 니시노미야 한신 고시엔구장에서 열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여름 고시엔) 교토국제고교와 간토다이이치고교 결승전에서 연장 10회 승부치기 끝에 2-1로 승리를 거두고 한국어 교가를 부르고 있다. /뉴스1

◇교토국제고 한국어 교가

지난 8월 일본 효고현 니시노미야시 고시엔 구장에서 열린 전국 고교야구 선수권 대회 결승. 일본 야구 소년들의 꿈의 무대인 이곳에, 사상 최초로 한국어 노래가 울려 퍼졌다. 재일 한국인이 세운 교토국제고가 이날 최종 우승을 거두자 주최 측이 한국어 교가를 튼 것이다. 일본 전역 3700여 고교 야구부가 참가하는 고시엔 대회에서 재학생 약 160여 명의 작은 학교가 일본의 모든 고교를 제패한 스토리, 전례 없는 한국어 교가로 이들의 우승을 아낌없이 축하한 주최 측 모두 큰 감동을 선사했다.

지난 7월 26일(현지 시각)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개막식 피날레 무대에서 셀린 디옹이 '사랑의 찬가'를 열창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셀린 디옹 ‘사랑의 찬가’

2024 파리 올림픽 개막식이 가장 고조된 순간은 희소병을 앓고 있는 ‘캐나다의 국민 가수’ 셀린 디옹이 등장한 때였다. 근육이 경직되는 ‘강직 인간 증후군’을 앓아 공연을 중단한 지 1년 반 만인 이날, 무대에 깜짝 등장해 프랑스의 국민 가수 에디트 피아프의 대표곡 ‘사랑의 찬가(L’hymne à l’amour)’를 완창했다. 잘 움직이지도 못하던 디옹이 올림픽 축하 무대를 위해 뼈를 깎는 재활을 거쳐, 전성기 못지않은 노래 실력을 선보여 전 세계를 울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0월 13일(현지시각) 펜실베이니아주 존스타운에 있는 존스타운-캠브리아 카운티 공항에서 연설을 마친 뒤 흘러나온 노래 'YMCA'에 맞춰 가볍게 몸을 흔들며 연단을 내려오고 있다.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YMCA’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의 극적인 부활과 함께, 1976년 발매된 남성 디스코 그룹 빌리지 피플의 노래 ‘YMCA’도 뜬금없는 ‘역주행’을 했다. 트럼프가 ‘선거 테마송’으로 낙점한 이 노래는 ‘영 맨(Young man·젊은이)’으로 시작하는 노랫말로, 단순하면서도 흥겨운 멜로디, 활기찬 리듬이 특징이다. 노래에 맞춰 양팔을 앞뒤로 폈다 굽혔다 하는 트럼프의 춤이 화제가 되면서, 11월 빌보드 댄스·일렉트로닉 차트에서 ‘깜짝 1위’를 했다.

비욘세 프리덤

◇비욘세의 ‘프리덤’

미국 최초의 여성 유색인종 대통령을 꿈꿨던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선거 유세장에 들어설 때마다 팝스타 비욘세의 노래 ‘프리덤(Freedom)’을 틀었다. 인종차별 사건으로 사망한 흑인에 대한 추모 의미를 담은 노래로, 여성의 몸 결정권을 옹호하는 민주당의 기조와도 맞아떨어졌다. 하지만 비욘세를 비롯해 테일러 스위프트·케이티 페리·레이디 가가 등의 열렬한 지지에도 해리스가 패하자 “민주당의 ‘셀럽(유명 인사) 정치’가 종말을 맞았다”는 평가도 나왔다.

미국 공화당 부통령 후보로 지명된 J.D.밴스 상원의원(오하이오)이 지난 7월 17일(현지시각)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연설을 마친 뒤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이고 있다. 오하이오주 빈곤층 출신인 밴스 상원의원은 베스트셀러 '힐빌리의 노래' 저자로도 널리 알려졌다. /AFP 연합뉴스

◇J D 밴스 ‘힐빌리의 노래’

J D 밴스는 미 부통령으로 당선되며 ‘흙수저 신화’를 썼다. 미 오하이오에서 태어나 불우한 가정 환경을 극복하고 자수성가한 밴스는 40세라는 젊은 나이에 트럼프의 파트너로 낙점됐다. 자신이 겪은 빈곤과 러스트 벨트(제조업 쇠퇴 지역)의 무너지는 백인 가족 이야기를 담은 회고록 ‘힐빌리의 노래(Hillbilly Elegy)’는 2016년 베스트셀러가 됐고, 러스트 벨트의 지지를 이끌어냈다. 멜로디가 있는 노래는 아니지만 선정한 이유다.

듀엣곡 ‘아파트’를 발표한 로제(왼쪽)와 브루노 마스. /더블랙레이블

◇로제+브루노 마스 ‘아파트’

한국 걸그룹 블랙핑크의 멤버 로제가 미국 유명 팝스타 브루노 마스와 지난 10월 발표한 노래 ‘아파트(APT.)’에 전 세계 사람들이 중독됐다. 한국 젊은이들의 술자리 게임 ‘아파트’에서 착안한 노래로, 아파트란 단어는 한국에서만 사용되는 ‘콩글리시’지만, 리듬감 때문에 전 세계 사람들의 뇌리에 각인됐다. 한국에서도 주목받지 못하는 ‘서브 컬처(하위 문화)’를 주제로 한 노래가 한때 미국 빌보드 싱글 차트 8위까지 올라 K팝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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