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유조선 2척이 흑해와 아조우해를 잇는 케르치 해협에서 폭풍우로 심각한 피해를 입으면서 대규모 석유 유출 사고가 발생했다.
15일(현지시각)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비상사태부는 러시아 유조선 볼고네프트 212호와 볼고네프트 239호가 케르치 해협 부근에서 악천후로 손상됐다고 보고했다. 러시아 연방 해상·내륙 교통청은 “폭풍우의 영향으로 유조선 2척이 좌초했다”며 “석유 제품이 바다에 유출됐다”고 밝혔다. 러시아 남부 교통 검찰청이 공개한 영상에는 한 유조선의 뱃머리가 완전히 부러지고 해상에 검은 기름이 흘러나와 기름띠가 선명하게 형성된 모습이 담겼다.
볼고네프트 212호는 해안에서 약 8km 떨어진 지점에서 사고를 당했으며, 13명의 승무원과 연료유를 실은 채 좌초해 선체가 두 동강 났다. 이 사고 직후 볼고네프트 239호도 14명의 승무원을 태운 채 표류하다 크라스노다르 지역 타만 항구 해안에서 80m 떨어진 곳에 좌초했다.
비상사태부에 따르면, 유조선은 각각 4300t의 연료유를 운반하고 있었다. 비상사태부는 212호 주변 해역에서 전형적인 유류 유출 현상이 점점 더 눈에 띄고 있지만 유출량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는 없다고 밝혔다.
당국은 구조선과 헬리콥터, 50명 이상의 인력을 구조작업에 투입해 볼고네프트 212호에서 선원 13명을 구조했으나 그중 1명은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는 악천후로 작업이 중단된 상태로, 239호에 탑승한 선원들의 구조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비탈리 사벨리예프 부총리가 이끄는 실무그룹을 구성해 사고 수습에 나서도록 지시했다. 러시아 당국은 이번 사고와 관련해 형사적 과실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해운업계 전문지 로이드리스트의 미셸 보크만 분석가는 BBC를 통해 두 선박이 볼가탱커사 소유라고 밝혔다. 보크만은 이 선박들이 일반적인 국제 원유 운반선(12만DWT)보다 작은 규모로, 러시아 강이나 연안 해역 운송용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는 악천후에 노후한 유조선을 운항한 러시아 당국이 이번 사고에 책임이 있다고 비판했다. 드미트로 플레텐추크 우크라이나 해군 대변인은 러시아가 규정을 어기고 폭풍우에 바다에 나갈 수 없는 낡은 유조선을 내보냈다가 사고를 냈다고 주장했다. 사고가 난 볼고네프트 212호는 55년 된 선박으로 최근 개조된 것으로 알려졌다.
케르치 해협은 러시아의 주요 곡물·원유·연료유·액화천연가스 수출 경로로, 2014년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합병한 이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갈등 지점이 됐다. 이 해역에서는 2007년에도 유조선 볼고네프트 139호가 폭풍우로 두 동강이 나 1000t 이상의 원유가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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