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파나마 운하의 통행료가 과도하다며 파나마 정부에 운하 소유권 반환을 요구할 수 있다고 22일 밝혔다. 트럼프가 전날에 이어 운하 소유권과 관련한 발언을 이어가고 호세 라울 물리노 파나마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반박해 외교 갈등으로 번질 조짐이 보이고 있다.
트럼프는 이날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청년 보수 단체 터닝포인트USA가 주최한 행사에서 “파나마가 부과하는 통행료는 터무니없고 매우 불공평하다”면서 “(미국이 파나마에 운하 소유권을 넘긴) 관대한 기부의 도덕적·법적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우리는 신속하고 완전한 반환을 요구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전날에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서 “파나마가 갈취를 끝내지 않으면 파나마 운하를 전면적으로 반환하라고 요구할 것”이라고 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매년 약 24억달러(약 3조4000억원) 이상에 달하는 통행료는 파나마 정부 수입의 24%를 차지한다. 통행료는 선박의 크기, 화물의 종류와 양 등에 따라 달라지며 화물선의 경우 최대 50만달러를 낸다. 파나마 운하는 미국 주도로 1914년 완공됐다. 이후 운하 지대에서 파나마인들의 반미 움직임이 고조되자 1999년 미국은 파나마 운하의 중립을 유지하는 조건으로 소유권을 파나마로 이전했다.
파나마는 미국의 우방국이지만 트럼프의 발언에 강하게 반발했다. 물리노 대통령은 이날 X에 올린 연설 영상에서 “파나마 운하와 인접한 모든 지역은 파나마의 것이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면서 “모든 파나마 국민은 운하를 가슴에 품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주권과 독립은 타협할 수 없다”고 했다. 이 발언이 알려지자 트럼프는 소셜미디어에서 “두고 보자”고 맞받았다.
파나마 운하는 현재 파나마 정부 기관인 파나마 운하관리국이 소유하고 있다. 미국이 소유권을 강제로 가져올 방법은 없다. 이에 트럼프의 발언은 실제로 운하 소유권을 되찾으려는 게 아니라 통행료 인하를 염두에 둔 ‘협상용’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트럼프는 최근 불법 이민자 문제로 갈등을 겪는 캐나다 쥐스탱 트뤼도 총리에게도 “미국의 51번째 주가 되는 건 어떠냐”는 등 우방국에 도발적인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트럼프는 동맹국이든 적국이든 우위를 점하기 위해 위협하고 도발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파나마 운하
중앙아메리카의 파나마 지협을 가로질러 대서양과 태평양을 연결하는 약 82㎞ 길이의 인공 수로다. 연간 약 1만4000척의 선박이 통과하며, 이는 세계 해상 무역량의 약 6%를 차지한다. 파나마 운하관리국에 따르면 2024년 회계연도(2023년 10월~2024년 9월) 운하를 통과한 선박 중 물동량 1위는 미국이었고 중국, 일본, 한국이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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