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제르바이잔 항공 여객기가 25일(현지 시각) 카자흐스탄에서 추락해 탑승자 67명 가운데 38명이 사망했다. 항공기 사고로는 이례적으로 생존자가 많아 ‘크리스마스의 기적’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사고 원인으로는 새 떼 충돌설부터 기상 악화, GPS 교란 등 여러 가설이 제시되고 있다.
AP, CNN 등에 따르면, 승객 62명과 승무원 5명을 포함해 67명이 탑승한 아제르바이잔 여객기가 이날 오전 아제르바이잔 수도 바쿠를 출발해 러시아 그로즈니로 가던 중 카자흐스탄 서부 악타우시 인근에서 추락했다. 현재까지 38명이 죽었고 29명이 구조됐는데 이 가운데 11명은 중태다.
구조대가 현장에 도착했을 때 추락한 항공기는 불에 타고 있었고, 생존자들은 피투성이 모습으로 항공기 잔해에서 나오고 있었다고 한다. 이카나트 보줌바예프 카자흐스탄 부총리는 “시신들은 대부분 불에 탄 모습으로 상태가 좋지 않았고, 현재 모두 수습됐다”며 “영안실로 옮겨져 신원을 확인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고 전했다.
사고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사고 발생 직후에는 러시아 민간 항공 감시 업체 로사비아치아가 내놓은 예비 정보를 토대로 항공기와 새 떼가 충돌하는 비상 상황이 발생해 기장이 항로를 변경하고 비상 착륙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기상 조건 악화가 사고 원인이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일함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내게 제공된 정보에 따르면, 항공기는 기상 조건이 악화해 항로를 변경해 (본 목적지와 다른) 아크타우 공항으로 향했고, 착륙과 동시에 추락했다”고 말했다.
추락 원인을 GPS 교란에서 비롯됐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AP통신은 스웨덴의 항공기 추적 사이트 FlightRadar24 분석을 인용해 “사고 항공기가 ‘강력한 GPS 방해’에 직면했으며, 이로 인해 ‘항공기가 나쁜 ADS-B(미연방항공청의 데이터베이스) 데이터를 전송했다”면서 “러시아는 과거부터 광범위한 지역에서 GPS 교란 활동을 벌여왔다”고 했다. 실제로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군 드론 공격을 차단하기 위해 여러 지역에서 GPS 방해 작전을 펴고 있다.
사고 당시 장면이 담긴 영상을 보면 이 여객기는 비상 착륙을 위해 완만한 각도로 고도가 낮아지다 기체 중심부가 지면과 미끄러지듯 닿는다. 곧이어 여객기가 폭발하고, 화염에 휩싸이며 검은 연기가 솟아오른다. 다른 영상에서는 항공기 기체 일부가 날개에서 떨어져 나가고 뒷부분은 뒤집힌 모습으로 지상에 추락한 모습이 보인다.
비행기가 추락하고 폭발까지 일어났음에도 탑승자의 절반 이상이 생존한 것을 두고 소셜미디어에선 비극 속에서 기적이 일어났다는 반응이 나왔다. 러시아 타스 통신은 여객기가 추락하면서 중간과 앞쪽은 폭발해 완파됐지만 뒷부분은 상대적으로 온전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생존자 상당수는 여객기 뒤편에 앉은 승객일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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