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현지시각) 엔비디아 CEO 젠슨 황이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5'에서 기조연설을 하며 지포스 RTX 5090 그래픽 카드와 노트북을 들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가 양자컴퓨터가 상용화되기까지 20년은 걸릴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관련주가 줄줄이 급락하자 양자컴퓨터 관련 기업 대표가 “젠슨 황이 완전히 틀렸다”며 정면 반박했다. 반면 젠슨 황이 양자컴퓨터 시장에 대해 객관적인 분석을 내놓았다는 평가도 나왔다.

양자컴퓨터는 양자역학의 원리가 적용된 컴퓨터로 기존 수퍼컴보다 압도적인 속도로 연산을 수행할 수 있다. 빅테크 기업들도 막대한 투자를 하며 양자컴퓨터 개발에 나섰다. 지난달 구글은 10셉틸리언년(10의 24제곱년) 걸릴 계산을 단 5분 안에 풀 수 있는 양자 칩 ‘윌로우’를 개발했다고 밝혀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기대감이 커지자 지난해 아이온큐가 237% 리게티컴퓨팅이 1449% 오르는 등 미국의 관련주들이 최근 몇 달간 큰 폭의 상승세를 이어왔다.

주가에 찬물을 끼얹은 건 젠슨 황의 발언이었다. 그는 지난 7일(현지 시각)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 2025′ 간담회에서 양자컴퓨터 상용화 시기에 대한 질문을 받고 “(유용한 양자컴퓨터가 나오기까지) 20년이라고 한다면 많은 사람이 믿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15년이 걸린다고 하면 아마도 이른 편에 속할 것이고, 30년이면 늦은 편일 것”이라고 했다.

이 한마디에 8일 뉴욕 주식시장에서 양자컴퓨터 관련주는 큰 폭으로 하락했다. 아이온큐는 전날보다 39%, 리게티가 45% 떨어졌으며 디웨이브도 36% 급락했다. 아이온큐 등 관련 주식 매수에 나섰던 서학 개미들은 이날 국내 온라인 주식 게시판에 “젠슨 황 입방정” “가죽 재킷 보기도 싫다” 같은 원성을 쏟아내기도 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6일(현지시각)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5'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디웨이브 퀀텀’의 앨런 바라츠 CEO는 이날 미국 CNBC 방송에 출연해 “젠슨 황이 틀린 이유는 현재 디웨이브가 상업적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디웨이브 퀀텀은 세계 최초 양자컴퓨터를 상용화한 캐나다 기업으로 양자 어닐링(Quantum Annealing) 이라는 독자적인 기술을 기반으로 개발해 왔다.

바라츠는 “마스터카드와 일본의 NTT 도코모 같은 기업들이 현재 우리 양자컴퓨터를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양자컴퓨터 상용화 시점은) 지금부터 30년 후, 20년 후, 15년 후가 아니라 바로 지금”이라고 했다.

그는 또 “게이트 기반으로 양자컴퓨팅에 접근할 경우 수십 년이 걸릴 수 있지만 어닐링 접근법을 사용하면 지금 당장 구현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디웨이브 시스템이 엔비디아의 용량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서 “언제 어디서든 젠슨 황과 만나 이런 격차를 메울 수 있도록 기꺼이 돕겠다”고 했다.

젠슨 황이 과열된 시장에서 양자컴퓨터에 대해 현실적인 분석을 내놓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바나 델레브스카 스페어 인베스트 투자 책임자는 “15~20년이라는 시간표는 매우 현실적”이라고 평가했다. 마켓워치는 “최근 몇 달간 양자컴퓨팅 관련 주식이 급등했는데 이 기업들은 여전히 최소한의 수익만 올리고 있다”며 의미 있는 수익을 찾아보기는 힘들다고 했다.

고성능 컴퓨팅에 활용되는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통해 AI 칩 시장 80%를 장악한 엔비디아가 양자컴퓨터 시장에 대해 견제구를 날린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리처드 섀넌 크레이그 할럼 분석가는 “양자 컴퓨팅은 엔비디아가 가장 큰 수혜를 누리고 있는 기존 컴퓨팅 사업에 파괴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

🌎조선일보 국제부가 픽한 글로벌 이슈! 뉴스레터 구독하기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275739

🌎국제퀴즈 풀고 선물도 받으세요!https://www.chosun.com/members-event/?mec=n_qui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