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굴지 기업들의 DEI 정책 폐기 등 정치적 올바름(PC)에 거리를 두려는 최근 미국 사회의 움직임은 과도한 소수자 배려 집착에 대한 피로감에서 비롯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논란을 촉발시킨 대표적인 기업이 월트디즈니다. 3월 개봉 예정인 ‘백설공주’는 1937년 애니메이션 ‘백설공주와 일곱난쟁이’의 실사판이다. 원작은 북유럽 민담을 토대로 19세기 독일 그림형제가 쓴 동화다. 애니메이션 속 백설공주는 동화 내용처럼 ‘흑단같이 까만 머릿결에 눈처럼 하얀 피부를 가진’ 소녀로 그려진다. 하지만 2021년 실사판 백설공주역에 라틴계 배우 레이철 재글러(24)가 캐스팅되자 “PC에 집착해 원작을 훼손했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재글러는 캐스팅 확정 직후 “백설공주 역할을 위해 피부까지 표백하지는 않겠다”고 밝히는 등 정면 대응했지만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디즈니는 1989년작 애니메이션 인어공주에서는 가상의 캐릭터 주인공 애리얼을 빨간 머리 백인 인어로 그렸는데 2023년 리메이크 실사판에서는 흑인 배우 할리 베일리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디즈니는 놀이공원의 인기 놀이기구 ‘스플래시 마운틴’의 배경 영화·노래가 노예제를 미화한다는 비판이 일자 전면 철거하고 흑인이 주인공인 만화 ‘공주와 개구리’ 테마 놀이기구로 바꿨다. 이 같은 조치에 대해 “정치적 올바름을 지나치게 의식했다”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성소수자 권익 옹호 과정에서도 미국 내 진영 갈등이 불거졌다.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한 선수들이 아마추어 스포츠 경기에서 손쉽게 우승하는 경우가 잇따랐고, 진보 성향이 강한 지역에서 성별 구분을 없앤 ‘성중립 화장실’을 운영하자 보수층을 중심으로 반발이 커졌다.
2023년 유명 맥주 버드라이트가 트랜스젠더를 모델로 기용하고, 월마트·타깃 등 대형 유통업체가 성소수자 제품을 판매하는 등의 마케팅을 불편해하는 시선도 적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대통령 선거유세에서 “트랜스젠더의 군복무와 여성 스포츠 경기 출전을 막겠다”고 공언하며 보수층 표심을 공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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