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감독 데이비드 린치. /로이터 연합뉴스

인기 드라마 ‘트윈 픽스’, 영화 ‘블루벨벳’ 등 초현실적인 작품으로 수많은 마니아 팬을 거느린 미국의 거장 감독 데이비드 린치가 78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유족은 16일(현지 시각) 린치 감독의 공식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그의 부고를 전했다.

유족은 “우리 가족은 깊은 슬픔을 느끼며 예술가이자 한 인간인 데이비드 린치의 별세를 발표한다”라며 “이 시점에서 우리의 사생활을 보호해주기를 바란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제 린치가 더 이상 우리와 함께하지 않음으로써 세상에 큰 구멍이 생겼다. 하지만 그라면 ‘구멍이 아닌 도넛을 보라’고 말했을 것”이라며 “황금빛 햇살과 푸른 하늘이 가득한 아름다운 날”이라고 덧붙였다.

유족은 정확한 사인을 밝히지는 않았다. 다만 린치는 지난해 오랜 흡연으로 만성 폐 질환인 폐기종 진단을 받고 더는 집 밖으로 나가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힌 바 있다.

린치의 부고가 전해지자 AP·로이터·AFP 통신과 NBC·CNN 등 미국의 주요 매체들은 이를 신속히 보도했다.

CNN은 “린치는 거의 50년간의 영화 경력 동안 초현실적인 상황, 단편적인 타임라인, 초자연적 요소를 특징으로 하는 독특한 작품들을 내놨다”라고 소개했다. 그는 한국에서도 ‘컬트 영화의 대부’로 영화 팬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다.

린치는 1946년 미국 몬태나주 미줄라에서 태어났다. 미 농무부 연구 과학자인 부친을 둔 그는 미국 각지를 옮겨다니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는 영화감독으로 명성을 얻었지만 처음엔 화가이자 시각 예술가로서 활동을 시작했다. 워싱턴 D.C.의 코코란 예술디자인 학교, 보스턴 미술관 학교를 거쳐 펜실베이니아 미술 아카데미에서 미술을 공부했고, 이후 단편 애니메이션 제작으로 영화 경력을 시작했다.

린치는 1970년 로스앤젤레스(LA)로 이주해 미국영화연구소(AFI) 산하 영화학교에 입학해 본격적으로 영화를 공부하며 자신의 첫 장편영화 ‘이레이저 헤드’를 만들었다. 이후 ‘엘리펀트 맨’, ‘듄’ 등 영화를 통해 평단의 호평을 받았고, 상업적으로도 성공을 거뒀다.

특히 1990년에는 영화 ‘광란의 사랑’으로 칸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으며 세계적인 거장으로 발돋움했고, 대중적 인기를 끈 드라마 ‘트윈 픽스’도 선보였다.

린치 감독은 그 밖에도 ‘로스트 하이웨이’(1997), ‘스트레이트 스토리’(1999), ‘멀홀랜드 드라이브’(2001), ‘인랜드 엠파이어’(2006) 등 걸출한 영화들을 남겼다. 이후 그는 몇몇 단편영화와 뮤직비디오를 연출하고 미술 작업을 했고, ‘데이비드 린치 재단’을 설립해 자신이 1973년부터 몰두해온 초월 명상법을 설파하기도 했다. 2017년에는 ‘트윈 픽스’의 25년 후 이야기를 그린 후속 시즌 ‘트윈 픽스: 더 리턴’을 선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