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이튿날인 21일 대(對)중국 관세 추가 부과 방침을 분명히 하자 중국에선 미국과의 무역·기술 전쟁이 예상보다 빠르게 확전하리라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중국은 관세전(戰)에는 승자가 없다는 일관된 입장이고, 국가 이익을 언제나 결연하게 지킬 것”이라고 했다. 전날 궈자쿤 외교부 대변인이 트럼프가 취임 당일 관세 조치를 언급하지 않은 것에 대해 “중·미 경제 무역 관계의 안정적인 발전은 양국 근본 이익에 부합한다. 중국은 미국과 대화와 소통을 강화할 것”이라고 했는데, 하루 만에 미국에 대한 입장이 다소 강경해진 것이다.
홍콩 인터넷 매체 ‘홍콩01′은 22일 상반된 내용의 기사 두 건을 게재했다. 오전에 나온 ‘중·미 관계, 우여곡절 끝에 개선되나’란 제목의 기사에서는 “트럼프의 취임사에서 중국 언급이 거의 없고 양국 정상의 전화 통화(17일)도 이뤄졌다. 이를 보면 양국 관계가 비관적이지 않다”고 했다. 그러나 트럼프의 관세 인상 방침이 알려진 후 나온 별도의 속보에선 “트럼프의 대중국 관세 언급 이후 (중국 경제에 대한 우려로) 위안화 가치가 떨어지고, 증시 하락세가 뚜렷해졌다”고 했다.
트럼프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휴전을 빠르게 마무리하고 중국 억제에 집중하고자 한다는 우려 또한 중국에서 커지고 있다. 트럼프는 취임일인 20일 “휴전 협상에 응하지 않는 것은 러시아를 망치는 일”이라며 협상을 거부 중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직접 비판했고, 대(對)러시아 추가 제재 가능성도 시사했다.
다만, 베이징의 글로벌 싱크탱크 관계자는 “트럼프의 이번 대(對)중국 관세 부과는 취임 전 공언했던 ‘60% 즉시 부과’보다 완화된 조치고, 미국의 동맹인 멕시코와 캐나다보다 덜하다는 점에서 중국 관료들은 미·중 대화의 창이 여전히 열려 있는 것으로 볼 것”이라고 전했다.
트럼프가 다음 달 1일부터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멕시코와 캐나다는 대응에 나섰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21일 몬테벨로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트럼프의 관세 부과 예고에 대해 “캐나다는 모든 선택지를 고려해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캐나다 정부는 철강·세라믹·유리·오렌지주스 등 370억달러(약 53조원) 규모의 미국산(産) 상품에 대해 관세를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향후 석유 수출 금지 같은 무역 제한 조치도 꺼낼 수 있다고 캐나다 CBC방송이 전했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도 이날 미국의 관세 인상에 대해 “단계적으로 대응하겠다”고 했다. 미국은 멕시코의 수출 가운데 약 80%를 차지하는 만큼, 미국의 관세 인상에 신중한 전략을 세워 맞서겠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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