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서트장에서 빠져나온 한 여성이 서둘러 지하철역 화장실을 찾아갔다. 화장실 앞에는 5명이 줄을 서고 있었다. 진땀을 흘리며 5분 넘게 기다린 이 여성은 ‘아, 제발 빨리 누구라도 나와라’라는 생각으로 줄을 기다렸다.
일본 도쿄도의 한 지하철역에서 벌어진 일이다. 한국에서도 명절 고속도로 휴게소나 이용객이 붐비는 지하철 역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인데, 일본에서는 실제로 여성용 변기 수가 남성용 변기보다 적어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지난 30일 일본 여성 화장실 변기 수가 남성용 변기 수보다 적어 여성들이 줄을 서는 불편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행정서사 모모세씨가 2년 6개월간 일본 전역 706곳의 공중화장실을 조사한 결과 남성용 변기 수가 여성용의 1.76배 수준으로 나타났다. 남성용 변기에는 소변기와 좌변기가 모두 포함됐다.
조사 결과 706곳 중 90% 이상이 남성용 변기 수가 많았고, 여성용이 많았던 화장실은 28곳에 그쳤다.
모모세씨는 2022년 7월 지하철역 화장실에서 진땀을 뺀 이후 이런 조사를 시작했다. 당시 그는 입구에 붙어 있는 ‘화장실 안내도’를 통해 남성용 화장실에는 소변기 4개와 좌변기 3개가 있는 한편 여성용 화장실에는 좌변기 4개만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여성은 의류를 올리거나 내리는 시간이 필요하고 생리대 교체 등으로 시간이 걸리는데 왜 수가 적지?”라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변기수 차이가 가장 두드러진 시설은 역사였다. 예컨대 도쿄도 JR하치오지역에는 여성용 변기는 6개에 불과했지만 남성용은 소변기 10개와 좌변기 7개 등 총 17개로, 여성용의 2.83배였다. JR 동일본 측은 “남성 이용자가 많기 때문에 남성용 변기가 많다”고 설명했다.
모모세씨는 “남성과 여성 화장실 면적 자체는 대부분 거의 같기 때문에 평등한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화장실 대기 시간이 공평하지 않다”며 “변기 수를 똑같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부 기관은 개선에 나서고 있다. 중일본고속도로는 2012년부터 ‘대기 시간 2분 이내’ 목표를 수립했고 하기시는 2011년 공공시설 화장실 남녀 변기 비율을 1대2로 조정했다.
그러나 여전히 해외 남녀 변기 비율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국제적십자는 ‘스피어 기준’을 마련해 최소 필요 변기 수 남녀 비율을 1대3으로 규정하고 있다. 대만은 2010년 법률로 학교·역사는 1대5, 사무실은 1대3으로 정했으며 미국 일부 주와 캐나다는 여성 이용 시간을 고려한 ‘화장실 평등법’을 제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