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텅 DC에 있는 미국 국제개발처(USAID)는 3일 출입 통제됐다.

3일 오전 미국 워싱턴 DC의 백악관에서 5블록 떨어져 있는 미국 국제개발처(USAID) 본부 입구는 ‘허가받은 사람 외 출입금지’라는 노란색 끈으로 둘러졌다. 전날까지 없던 출입통제가 생긴 것이다. AP 등에 따르면 직원들은 전날 밤 이메일로 “2월 3일 본부 건물이 폐쇄될 것”이라면서 “본부로 출근하지 마라”는 내용을 전달받았다. 이메일을 확인하지 못하거나 이메일 내용을 믿지 않은 직원들은 출근했지만 보안 직원들에게 막혀 발걸음을 돌렸다. 건물만 닫힌 것이 아니다. 지난주 토요일(1일) 웹사이트 자체가 아예 막혔고 이날까지도 웹사이트는 열리지 않았다. 일부 직원들은 이메일 접속도 되지 않았다고 한다.

이날 벌어진 USAID 폐쇄 사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에서 시작됐다. 그는 지난달 20일 취임하자마자 미국의 대외 개발 원조를 90일 동안 동결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트럼프는 “정부 보조금과 같은 자금을 동결하거나 일부 재량 지출을 단기적으로 중단했다”면서 “우리 정부에서 너무 오랫동안 일어난 사기와 부정직, 낭비 그리고 자금 남용을 신속하게 조사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USAID는 트럼프가 동결한 미국의 대외 개발 원조와 직결된 곳이다. 이달 1일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정부효율부(DOGE) 직원 8명은 USAID에 찾아와 기밀 자료 보관 장소에 들어가려고 했다고 한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정부효율부 직원들은 이 부처에서 정부 계약과 관련해 극비 정보를 검토하기 위해 마련한 공간에 들어가려고 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USAID는 “허가를 받은 사람만 들어갈 수 있다”며 진입을 막았다. 다음날 USAID 소속 보안 담당 고위직 2명은 정직 통보를 받았다.

USAID는 비정부기구, 외국 정부 및 국제기구, 미국 내 다른 정부 기관에 인도적 지원과 개발 지원을 제공하는 미국 정부 기관이다. 2023년 회계연도 기준으로 USAID는 약 400억 달러(연방 예산의 1% 미만)의 예산을 관리하며 130개국에 지원을 제공한다. 최대 수혜국은 우크라이나, 에티오피아, 요르단, 콩고, 소말리아 등이다. 이 기관은 1961년 존 F.케네디의 ‘해외 원조법’을 통해 설립됐다. 2020년 코로나 팬데믹까지는 에이즈 퇴치 지원 등 보건 지원이 최대 분야였지만 2022년 이후엔 인도적 지원, 2023년 이후엔 우크라이나 지원이 비중을 차지한다고 한다.

트럼프는 2일 앤드루스 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USAID 건과 관련해 “머스크가 좋은 일을 하고 있다”면서 “USAID는 급진적인 미치광이들이 운영한다”고 했다. 정부 기관 내에서 다툼이 발생했지만 머스크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머스크는 월요일 새벽 “USAID를 폐쇄하는 절차가 진행 중”이라면서 “트럼프와 이 문제에 대해 자세히 논의했고 그는 동의했다. 나는 실제 그에게 몇 번 확실하냐고 물었는데 트럼프가 그렇다고 대답했다”고 했다. 이후 바로 건물이 닫힌 것이다. 머스크는 “USAID는 벌레 덩어리” “수리가 불가능하며 없어져야 한다” “미국을 증오하는 급진 좌파 마르크스주의자들의 독사 둥지” “USAID는 범죄 조직”이라며 노골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이날 CBS는 미 행정부가 이 조직 규모를 축소한 뒤 국무부 산하에 둘 것이라고 전했다. 마코 루비오 장관은 이날 자신이 USAID의 임시 관리자라고 말하며 “USAID는 국무부와 함께 정책을 따라야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면서 “USAID의 많은 기능은 계속되겠지만 미국의 외교 정책과 일치해야 한다”고 했다. 이 기관을 국무부에 편입시키겠다는 것을 사실상 확실히 한 것이다. 다만 민주당에서는 국회에서 만들어진 이 조직을 마음대로 국무부에 두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고 반발하고 있다. 상원 외교위 진 샤힌 등 민주당 상원 10명은 루비오 국무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모든 조치는 의회의 승인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 모든 것은 머스크의 연방 예산 2조달러(약 2810조원) 지출 삭감 계획과 관련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출 삭감을 위해 대외 원조에도 손을 대겠다는 것이다. 미 정부 지출 삭감을 주도하는 머스크의 힘은 날로 세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은 DOGE 관계자들에게 연간 5조 달러(약 7300조원) 규모의 연방예산 지출을 통제하는 재무부 결제시스템 접근권을 허가했다고 한다. 이 같은 권한 부여에 반대했던 데이비드 레브릭 재무부 차관보는 휴직을 통보받고 끝내 사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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