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감자 대부분이 석방되며 사실상 기능을 잃었던 ‘테러범 전용’ 관타나모 수용소가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부활 조짐을 보이고 있다. 5일 미 국방부는 쿠바 관타나모 소재 해군 기지 내 수용소로 ‘고(高)위험’ 불법 이주민 열 명을 압송했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어제(4일) 관타나모에 불법 이주민 열 명이 도착했다”며 “이들은 비어 있던 구금 시설에 수용됐으며 본국 또는 다른 목적지로 옮겨질 때까지 그곳에 있을 것”이라고 했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관타나모에 수용된 이들이 다국적 갱단 ‘트렌 데 아라과’ 소속이라고 밝혔다. 베네수엘라에 근거를 두고 미국까지 뿌리를 뻗친 마약 조직으로, 트럼프 행정부가 최근 ‘해외 테러 조직’(FTO)과 ‘특별지정 국제 테러리스트’(SDGT) 명단에 올렸을 만큼 악명이 높다.
이번 조치는 “불법 이주자를 관타나모로 보내겠다”는 트럼프의 발표를 처음 이행한 것이다. 트럼프는 지난달 29일 테러범 수용소였던 관타나모 수용소를 불법 이주민 3만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확장할 계획이라며 “불법 이주민 중 일부는 너무 악질이라 추방당한 뒤에 (미국으로) 돌아오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그래서 우리는 아예 이들을 관타나모로 보내 격리시킬 것”이라고 했다. 중범죄를 저지른 불법 이주자를 테러 용의자처럼 강력한 격리 수용 대상으로 삼겠다고 공언한 것이다.
관타나모 수용소는 2001년 9·11 테러 이후 테러 용의자 등을 수용할 목적으로 설립됐다. 관타나모 기지가 있는 곳은 미국이 쿠바에서 임차한 땅이다. 테러 용의자들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외딴곳이 필요했고, 인권 침해 논란이 일어도 책임 소재를 가리기 쉽지 않아 미국 영토 밖에 수용소를 마련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이곳은 미국의 강력한 대(對)테러 기조를 상징하는 장소였다. 그러나 의심된다는 이유로 사람들을 불법 구금하고 정신적·신체적으로 고문한 사실 등이 알려지며 국제적으로 큰 비난도 받았다. 이에 수용소 폐쇄를 추진했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테러 억지력 약화를 우려하는 공화당 반대로 실패하자 수감자를 제3국으로 보내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사실상의 가석방처럼, 이송된 수감자가 일정 기간이 지나면 모국으로 돌아갈 수도 있도록 풀어준 것이다.
관타나모 수감자는 9·11 이후 한때 780명에 달했다가 오바마 정부를 거치며 5분의 1 수준까지 줄었다. 수감자 석방은 수용소 폐쇄에 강력히 반대한 트럼프 1기 정부에서 중단됐다가 조 바이든 정부에서 재개됐다. 바이든은 퇴임 직전인 지난달 6일에도 수감자 11명을 오만으로 보냈고 관타나모에는 수용소 역사상 가장 적은 15명의 수감자만 남았다. 그러나 관타나모가 불법 이주자 수용 장소로 지목되면서, 트럼프의 관타나모 부활 계획을 저지하려던 바이든의 ‘방해 작전’은 무위로 돌아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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