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테마파크로 알려진 디즈니 월드 이용료가 급격히 오르자, 부담을 느낀 방문객들이 발걸음을 돌리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이로 인해 디즈니의 실적을 지탱하는 테마파크 부문이 타격을 받으면서 그룹의 경영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8일(현지시각) 데이터 업체인 ‘투어링 플랜’ 집계 자료를 인용해, 두 자녀를 둔 미국인 부모가 4일간 디즈니 월드를 즐기는 비용은 지난해 기준 4266달러(약 622만원)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이는 디즈니 월드에 가기 위한 교통비를 제외한 비용으로, 5년 전 3230달러(약 471만원) 보다 44% 상승한 것이다.
투어링 플랜은 디즈니 월드 가격이 크게 오른 원인으로 한때 무료였던 서비스들이 유료화되면서 전체 비용 증가의 80%를 차지한다고 분석했다. 디즈니 월드는 지난해 기본 입장권 외에 별도로 ‘패스트 패스’를 팔기 시작했다. 이 티켓으로 언제든 원하는 놀이기구를 대기하지 않고 곧바로 탈 수 있다. 가격은 등급에 따라 137.39달러(약 20만원)에서 최대 478.19달러(약 69만원)까지 책정됐다.
일반적인 미국 가정은 디즈니 월드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투어링 플랜은 2023년 기준, 부모 2명이 자녀 1명을 데리고 디즈니 월드를 여행하는 비용이 미국 내 소득 하위 40% 가구의 연간 전체 여행 예산을 초과한다고 분석했다. 온라인 대출 업체 ‘렌딩트리’에 따르면 지난해 6월까지 디즈니의 리조트를 방문한 응답자 중 45%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빚을 졌다고 답했다고 한다.
높은 비용에 디즈니 월드 대신 다른 여행지를 선택하는 가정들도 늘어나고 있다. 매년 최소 한번 디즈니 월드에 갔던 덴 맥카티 가족은 지난해 디즈니 리조트의 멤버십을 팔고, 네덜란드에서 3주 동안 관광을 했다. 맥카티는 “(디즈니는) 비용 대비 가치가 없다”고 했다.
디즈니 측은 투어링 플랜의 분석이 과장됐으며, 디즈니 월드가 제공하는 다양한 옵션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WSJ는 미국 내 디즈니 월드 방문객 수 성장세가 주춤한 건 사실이라고 했다. 실제 작년 9월 마감된 디즈니의 지난해 회계연도 실적을 보면, 디즈니 월드 방문객 수는 전년 대비 1% 증가에 그쳤다.
디즈니는 전체 영업이익의 약 70%를 테마파크 등 ‘익스피리언스’ 사업부에서 창출된다. 이용객 수가 늘지 않으면 그룹 실적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투어링 플랜 창립자인 렌 테스타는 “디즈니가 제 살을 갉아먹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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