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산드르 마체고라 주(駐)북한 러시아 대사/조선중앙TV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부상한 러시아군 병사들이 북한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고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주(駐)북한 러시아 대사가 밝혔다. 마체고라 대사는 지난 10일 러시아 국영 언론 로시스카야 가제타와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에서 다친 러시아군 수백명이 북한 요양원, 의료시설 등에서 회복 중”이라며 “러시아인에 대한 북한의 호의적 태도를 보여주는 조치로 양국의 문화적 유대와 역사 공유에 기인한다”고 했다.

마체고라 대사는 이날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숨진 러시아 군인 자녀들이 지난해 여름 북한 항구도시 원산 해안에 있는 ‘송도원 국제 어린이 캠프’에서 지낸 사실도 밝혔다. 러시아군 전사자 자녀의 북한 체류와 치료, 식사 등은 모두 무상으로 제공됐다고 알려졌다. 마체고라는 “러시아에서 비용을 부담하겠다고 했지만 북한 관리들이 진심으로 불쾌해하며 거부했다”고 했다.

그는 “미국이 대북 접근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는 한 북한은 미국과 직접 대화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달 20일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1기 재임 시절(2017~202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두 차례 정상회담을 했는데, 마체고라 대사는 이에 대해 “당시 협상은 실패였다”고 했다. 북한은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비핵화 요구에 맞춰 핵 실험장을 해체하고 선의의 표시로 한국전쟁에서 사망한 미군 유해를 반환했으나 트럼프 측은 아무런 대가도 지급하지 않았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북한은 김정은·트럼프 정상회담 직전이었던 2018년 4월 핵·미사일 시험발사를 중단한다는 모라토리엄(유예)을 선언해 준수했고, 이는 아직 유효하다고 마체고라 대사는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만나기로 합의했단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양보했다는 것처럼 행동하며 북한을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마체고라 대사는 “현재 한반도 긴장 상황은 전적으로 미국과 한국 정부의 확장 억제 정책 탓”이라며 “현재는 2018년과 상황이 극적으로 달라졌다. 미국이 아직까지 북한 비핵화를 바라는 건 시대착오 접근법”이라고도 했다. 이에 대해 러시아 전문가 표도르 체르치즈스키(한국명 이휘성)는 자유아시아방송(RFA)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북한 비핵화를 위해 노력하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RFA는 러시아가 북한 핵무기 개발을 저지하기 위한 ‘6자 회담(2003~2008년 열린 한국·북한·미국·중국·러시아·일본의 북한 비핵화 논의 회담)’에 참여했지만,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북러 관계를 강화하며 사실상 북한의 핵개발을 지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브루스 클링너 미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북한의) 비핵화 목표를 포기한다면 핵확산금지조약(NPT)도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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