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릴로 부다노우 우크라이나 국방정보국장 /우크라이나 국방정보국 제공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은 빠르게 진화하고 있습니다. 러시아의 군사 기술 지원을 받으며 현대전을 경험 중인 북한군은 한반도를 넘어 동아시아 안보 지형을 뒤흔들 겁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3주년(2월 24일)을 앞두고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외곽의 한 벙커에서 만난 키릴로 부다노우 우크라이나 국방부 정보총국(국방정보국) 국장(중장)은 “북한군이 이 전쟁을 통해 완전히 다른 수준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했다. 본지는 부다노우 국장 및 바딤 스키비츠키 국방정보국 부국장(소장)을 연쇄 인터뷰해 파병 북한군에 대한 여러 사실을 확인했다. 국방정보국은 우크라이나군의 각종 특수전과 정보·심리전을 담당하며 파병 북한군에 대해 가장 정확한 최신 정보를 다루는 기관이다. 우크라이나 정보기관의 총책임자가 아시아 기자를 만난 것은 처음이다.

부다노우 국장은 현재 북한군 상황에 대해 “손실이 크다 해도 작전 투입에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스키비츠키 부국장은 “이 전쟁은 국가 간에 정규군의 모든 자원을 남김없이 동원해 치르는 전면전이다. 이런 식의 21세기 현대전 경험을 축적 중인 나라는 우크라이나·러시아·북한 단 세 나라뿐이며 미래의 북한군은 과거와 완전히 다른 군대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다음은 부다노우 국장과 일문일답이다.

-북한군 현재 상황은 어떤가.

“4000명 정도가 사망했거나 중상을 입었다고 파악하고 있다. (북한군 파병 규모는 1만2000명 정도로 알려졌다.) 북한군은 독자적으로 전선(戰線)을 맡는 형태가 아닌, 러시아와 합동으로 작전을 수행하면서 소규모 단위로 편성돼 러시아군과 함께 활동한다. 즉 규모가 큰 러시아군과 함께 편제돼 움직이고 합동 작전을 펼치는 형태다.”

그래픽=김현국

-북한군 추가 파병 가능성은 어떻게 보나.

“북한군 특수 부대나 보병이 추가 파병되거나, 뚜렷하게 증가한 증거는 아직 없다. 다만 포병 부대와 미사일 운용 부대, 그리고 이들을 지원하는 관련 인력은 확실히 늘어나고 있다.”

이에 대해 스키비츠키 부국장은 “북한군 1000여 명이 새 군사 장비를 이용해 신규 투입 훈련을 받고 있다”고 했다. 그는 또 “북한군은 학습 능력이 뛰어나 현대적 전투 방식과 전술을 매우 빠르게 익혀 몇 개월 만에 초기와 전력(戰力)이 완전히 달라졌다”며 “북한군이 전차 등 재래식 무기뿐 아니라 드론(무인기) 같은 최신 무기를 다루는 능력을 습득해 급속도로 실전 능력을 끌어올리는 중”이라고 평가했다.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 협력은 어느 정도로 강화되고 있나.

“군사 기술뿐 아니라 과학·산업 등 폭넓은 영역에서 최고 수준으로 협력이 강화되는 중이다. 이 밀착은 앞으로 세계의 모든 국가에 큰 위협이 될 것이다. 예를 하나 들겠다. 북한이 러시아에 제공한 KN-23 미사일은 처음엔 명중률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 오차 범위가 500~1500m에 달했다. 하지만 러시아의 미사일 전문가들이 뛰어들어 기술적 개량이 이뤄졌고, 문제가 해결됐다. 정확도가 크게 개선돼 목표물을 제대로 타격한다. 앞으로 북한 미사일의 타격 범위에 있는 한국, 나아가 일본에도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북한은 이 전쟁을 통해 전투 경험을 늘리고 기술을 현대화함으로써 향후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군사 상황에 큰 변화를 초래할 것이다.”

키릴로 부다노우 우크라이나 국방정보국장(중장)이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키이우(우크라이나)=정철환 특파원

이날 인터뷰 자리에 동석한 익명의 우크라이나 국방정보국 관계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6개월마다 전장의 기술·전술적 양상이 달라진다. (드론과 전자전 등에서) 우리가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면 적(러시아군)이 이에 대한 대응책을 내놓고 우리는 또 이를 뛰어넘는 기술과 전술로 대응하는 식”이라고 말했다. 지난 3년간 진행된 이 같은 급속한 변화를 북한군은 현장에서 익히고 있다는 뜻이다.

-한국과 우크라이나 간 군사 협력의 바람직한 방향은.

“우크라이나와 한국은 북한군이란 동일한 적과 대립하고 있다. 한국군이 지난 70여 년간 축적한 정보가 있지 않나. 이런 정보는 우리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반면 한국군은 1950년 발발했던 (6·25) 전쟁 이후 북한군과 직접 대규모 전투를 벌인 적이 없다. 우크라이나는 지금 그것을 실제로 겪고 있다. 이처럼 양측이 강점을 지닌 정보와 경험을 교환한다면 한국과 우크라이나 모두에 큰 도움이 되리라고 믿는다. 앞으로 이런 협력이 더 활발하게 진행되기를 기대한다.”

☞우크라이나 국방부 정보총국

우크라이나의 대외 정보 수집과 군사 첩보 활동, 특수 작전, 심리 정보전을 총괄하는 핵심 안보 기관이다. 최근엔 국방정보국(DIU)이라는 명칭도 사용하고 있다. 2022년 러시아의 전면 침공 이후 러시아 점령지 및 본토에서 정보 수집 및 다양한 특수전 활동을 벌인다고 알려졌다. 러시아 파병 북한군에 대한 정보 심리전도 정보총국이 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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