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과의 전쟁으로 파괴된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주민 200만명을 인근 국가로 이주시키고 미국이 이 지역을 장악해 재건하겠다는 이른바 ‘가자 구상’에서 한발 물러섰다. 22일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트럼프는 전날 폭스뉴스 라디오 진행자 브라이언 킬미드와 가진 인터뷰에서 가자지구 재건 계획과 관련해 “내 계획이 효과가 있으리라고 생각하지만 강요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이어 “우리가 요르단과 이집트에 매년 수십억 달러를 지원하는데 그들이 그렇게 (팔레스타인 주민 수용을) 거부할 줄은 몰랐다”고 했다. 이는 트럼프가 팔레스타인 주민을 수용하라고 압박한 요르단·이집트 등 아랍 국가들의 반발을 의식해 계획을 수정할 뜻을 시사했다고 해석된다.
트럼프는 앞서 지난 4일 미국이 가자 지구를 장악(take over)해 소유(own)하고 주민들을 강제 이주시킨 다음 지중해 휴양지로 개발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가자지구는 2023년 10월부터 지난달 휴전 전까지 이스라엘과 전쟁을 벌인 이슬람 무장 단체 하마스의 통치 지역인데 이곳을 미국이 ‘접수’하겠다고 한 것이다.
트럼프는 이 같은 계획의 명분으로 가자지구 주민의 ‘안전’을 내세웠다. 하지만 원래 살던 주민들을 강제로 내보내고 미국이 그 땅을 갖겠다는 발상에 국제법 위반이자 전쟁 범죄 소지가 있다는 비판이 일었다. 이에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특사는 20일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열린 ‘미래투자구상(FII)’ 행사에서 트럼프의 발언 중 일부가 “잘못 해석됐다”며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그는 “(잔해에 대한) 엄청난 정비와 (재건을 위한) 상상력, 훌륭한 종합 계획이 필요할 것”이라며 “대통령의 이에 관한 발언이 강제 퇴거(eviction) 계획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라고 했다.
한편 이집트·요르단·카타르·아랍에미리트(UAE) 등 아랍 국가들은 21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회동을 갖고 트럼프의 제안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이들은 내달 4일 이집트에서 열리는 아랍 연맹 정상회담을 앞두고 사전 조율을 진행했다고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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