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방위군(IDF)이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 하마스의 기습을 막지 못한 건 정보 실패와 오판 때문이라고 책임을 인정했다. 하마스가 수년 전부터 대규모 공격을 준비해왔는데 그 의도를 눈치채지 못했고 경계 실패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27일(현지 시각) BBC와 AP통신에 따르면, IDF는 가자전쟁을 촉발시킨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과 관련해 첫 공식 보고서를 발표했다. 19쪽 분량의 이 보고서에는 하마스를 과소평가한 군의 반성이 주로 담겼다.
IDF는 안보 정책에 있어 우선순위를 이란과 레바논 헤즈볼라에 두었고, 하마스는 2차적 안보 위협으로 간주했다. 보고서는 이에 대해 “역설적이게도 가자지구 내 하마스를 불법 조직으로 보면서도 대응하려는 노력이 없었다”고 했다.
IDF는 하마스의 공격 가능성을 낮게 평가해왔다. 가자지구 문제는 갈등 관리 차원에서 다뤘고, 하마스를 실용적인 집단으로 판단해 이들이 전쟁을 일으키는 데는 관심이 없다고 여겼다.
하마스는 그러나 2016년부터 이스라엘에 대한 대규모 공격 목표로 준비해온 것으로 파악됐다. 그사이 하마스는 군사력을 키우면서도 대외적으로는 ‘조용함을 추구한다’는 분위기를 조성했고, 하마스에 대한 IDF의 안일한 인식은 이런 기만술에 의해 더 강화됐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실제 이스라엘 정보 당국은 2018년 이후 하마스가 대규모 공격을 준비 중이라는 정황을 포착했으나, 이를 “비현실적이며 실행 불가능한 계획”으로 해석하기도 했다.
보고서는 “‘만약 우리가 틀렸다면 어떨까’라는 질문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는 없었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하마스에 대한 정보 평가와 현실 사이에 상당한 격차가 생겼다”고 했다.
보고서는 2023년 10월 7일 오전 6시 29분 하마스가 이스라엘 남부를 침투했을 때도 군이 몇 시간 동안은 대응하지 못했다고 했다. 당시 하마스와 다른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 약 5000명이 이스라엘에 침입했는데, 당시 남부 국경에 주둔하고 있던 이스라엘군 병력은 767명에 불과해 침투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는 것이다.
이스라엘군은 이후 대응에서도 자국 군인과 민간인, 하마스 대원들을 구별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또 일부 부상당한 군인들이 민간인보다 먼저 후송됐다는 점도 지적됐다. 익명의 IDF 관계자는 “10월 7일은 완전한 실패였다”고 말했다.
헤르지 할레비 이스라엘 참모총장은 이날 지휘관들에게 이런 내용의 보고서를 설명하며 “당시 나는 군의 총사령관이었고 모든 책임은 내게 있다”고 밝혔다. 할레비 참모총장은 하마스의 공격을 막지 못한 책임을 지고 지난달 사의를 표명했다.
다만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번 보고서 발표 후에도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본격적인 국정조사는 전쟁이 끝난 후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고 BBC는 전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이 공격 이후 대규모 공습과 지상 작전에 돌입했다.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현재까지 최소 4만8365명이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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