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정상회담 파행의 배경에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뿌리 깊은 악감정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19년 트럼프에 대한 첫 탄핵 시도로 이어진 ‘우크라이나 스캔들’에 젤렌스키가 깊이 관련돼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이날 정상회담이 끝나기 직전 젤렌스키의 발언을 가로막으며 이렇게 말했다. “푸틴(러시아 대통령)은 러시아에 대한 가짜 마녀사냥을 겪어야 했다. 그건 헌터 바이든(조 바이든 전 대통령 차남)의 욕실에서 나왔다. FBI(연방수사국) 요원들은 ‘지옥에서 온 노트북은 러시아가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모든 것이 사기였다.”
‘지옥에서 온 노트북’은 실제로는 욕실에서 나온 게 아니라 헌터가 트럼프의 첫 임기 중이었던 2019년 4월 수리점에 맡긴 것이다. 수리점 주인은 노트북에 이상한 내용이 있다며 FBI에 신고했다. 조사 결과 노트북에는 헌터가 이사로 재직했던 우크라이나 에너지 기업 부리스마와 중국 기업들이 사업을 논의한 이메일 등이 포함돼 있던 것으로 나타났다. 헌터의 부적절한 사생활 관련 영상도 나왔다.
야당이었던 민주당과 FBI는 미 대선에 개입하기 위해 러시아가 조작한 허위 정보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트럼프는 이때부터 ‘딥 스테이트(선출직을 끌어내리려는 기득권 관료 집단)’의 음모론을 제기했다.
트럼프와 젤렌스키의 2019년 7월 25일 통화 내용이 알려지면서 스캔들이 본격화했다. 트럼프는 통화에서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이자 전직 부통령이었던 바이든과 차남 헌터를 우크라이나 검찰이 수사하라고 압박했다. 트럼프는 부리스마 이사를 지낸 헌터와 관련된 부패 의혹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군사 원조를 카드로 트럼프가 우크라이나를 움직여 정적 바이든을 제거하려 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그해 8월 미 정보기관 내부 고발자가 해당 통화 내용을 당국에 신고했다. 9월 하원 정보위원회가 조사에 착수하며 사안은 일파만파 커졌다. 12월 트럼프에 대한 탄핵 소추안이 민주당 주도로 하원을 통과했다. 2020년 2월 공화당 다수의 상원에서 탄핵안이 기각돼 트럼프는 대통령직을 유지했지만, 그해 11월 대선에서 바이든에게 패했다.
젤렌스키는 트럼프와의 최초 통화에선 긍정적 반응을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통화 내용이 공개되고 사안이 트럼프 탄핵으로 확대되자 중립적인 태도를 유지하려 했다. 그 결과 적극적인 협조를 바랐던 트럼프의 원한을 샀으리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실제로 트럼프의 한 측근이 사건 이후 “트럼프는 우크라이나를 자신과 관련된 모든 문제의 원인으로 간주하며 젤렌스키를 매우 싫어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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