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요르단 자타리 난민 캠프 안에서 걷고 있는 시리아 난민 아이들. /신화 연합뉴스

중동이나 아프리카에서 유럽으로 향하는 난민 행렬의 증가세가 지난해 큰 폭으로 꺾인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 내 반(反)이민 정서가 확산되고 있는 데다, 시리아 독재 정권이 축출된 영향도 일부 받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이연주

3일 유럽난민청(EUAA)이 발간한 ‘최신 망명 동향 2024′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유럽연합(EU) 27회원국과 노르웨이·스위스에 접수된 난민 신청 건수는 총 101만4420건으로, 2023년(114만3437건)보다 약 11% 감소했다. 이 지역들로 가려는 난민 신청 건수는 시리아 내전과 중동·아프리카 테러 단체 발호로 2015년 131만여 건까지 치솟았다가 2020년 코로나 여파로 46만여 건까지 떨어진 뒤 다시 해를 거듭하며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그러다 지난해 다시 하락세로 돌아선 것이다. 지난해 자격 미비 등의 이유로 승인되지 않은 난민 신청 건수는 98만여 건에 달했다. AP는 이 수치가 2015~2016년 유럽 내 난민이 급격하게 유입된 이후 최대 수치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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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최대 난민 수용 국가였던 독일에서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지난해 유럽으로 접수된 난민 신청 건수 중 23%(23만7000건)는 인구·경제 대국인 독일에 몰렸지만 전년도와 비교하면 29%나 줄어든 것이다. 이는 한때 가장 포용적으로 난민과 이주민을 수용하던 독일 사회의 변화 기류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독일은 최근 장기 경기 침체에다 이민자들의 강력 범죄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이민자와 난민에 대한 부정적 시선이 확산됐다. 강력한 국경 정책을 공약으로 내세운 중도 보수 기독민주당·기독사회당 연합과 반이민 정서에 힘입어 당세를 확장한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이 각각 원내 1·2당이 됐다.

반세기 넘게 시리아를 철권통치하던 하페즈 알아사드·바샤르 알아사드 부자(父子) 정권이 지난해 12월 반군에 축출되며 내전이 종식된 것도 유럽의 난민 지형을 바꾸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유럽에 정착하려는 시리아인의 난민 신청 건수는 전체의 15%(15만여 건)에 달해 단일 국적으로는 가장 많았지만 전년도(17%)보다 비율이 소폭 줄어들었다. 시리아 과도정부가 국제사회와의 협력 속에 본격적인 재건 절차에 착수했고 해외에 체류하던 시리아인들의 귀환 행렬이 이어지면서 시리아 출신 난민 비율은 더욱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시리아의 뒤를 이어 이슬람 근본주의 무장 단체 탈레반의 인권 탄압이 지속되고 있는 아프가니스탄(9%),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의 장기 독재가 이어지고 있는 베네수엘라(7%) 순으로 난민 신청 건수가 많았다.

자국을 전면 침공한 러시아에 3년째 항전 중인 우크라이나 출신 난민은 증가세였다. EU는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넘어온 우크라이나인이 EU 역내에서 거주와 노동, 의료 등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게 해주는 특별 임시 보호 제도를 만들었는데, 지난해 말 수혜자는 440만명에 달했다. 이들 중에서 영구 난민 지위를 신청한 경우는 2만7000건이었는데 전년 대비 90% 증가한 수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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