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4일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 중단에 나선 가운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이날 미국 정부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화해 의사를 전했다. 지난달 28일 백악관 정상회담 자리에서의 언쟁에 대해 트럼프에게 사과는 하지 않았지만 당시 상황에 대한 ‘유감’ 표명도 하면서 즉각적 공중·해상 휴전 의향도 밝혔다. 미국에 고개를 숙이고, 사태 수습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형국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X에 “우리 누구도 끝없는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 우크라이나는 가능한 한 빨리 협상 테이블에 앉아 지속적 평화를 실현할 준비가 되어 있다.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리더십 아래에서 지속적인 평화를 이루기 위해 노력할 태세가 되어 있다”고 했다.
그는 평화 회담을 위한 ‘예비적 휴전’ 방안도 제안했다. 젤렌스키는 “첫 단계로 포로 석방과 함께 에너지 시설과 기타 민간 인프라에 대한 미사일·드론·폭탄 공격 금지 등 하늘에서의 휴전과 함께 해상에서 즉각적인 휴전을 할 수 있다. 러시아도 같은 조치를 취한다면 말이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후 모든 다음 단계를 매우 빠르게 진행하고, 미국과 협력해 강력한 최종 합의를 내고자 한다”고 했다.
젤렌스키가 언급한 휴전 방안은 앞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 인터뷰를 통해 밝힌 ‘공중·해상 및 에너지 인프라 부문에 대한 1개월 휴전 계획’과 유사한 것이다. 마크롱은 “영국과 프랑스가 우크라이나에 이러한 방안을 공동 제안했다”고 했다.
젤렌스키는 미국과 트럼프에 대한 사의(謝意)도 다시금 표명했다. 그는 “우리는 미국이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독립을 유지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지원을 했는지 정말로 높게 평가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재블린 대전차 미사일을 제공했음을 기억한다. 우리는 이에 감사하고 있다”고 했다. 트럼프와 J D 밴스 부통령은 28일 백악관 회담에서 젤렌스키에게 “왜 미국에 감사하다는 말부터 하지 않느냐”고 몰아세웠다.
젤렌스키는 “지난 금요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있었던 우리의 만남은 예상했던 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그런 식으로 진행돼 유감이며, 이제 바로잡을 때이다. 우리는 앞으로의 협력과 소통이 건설적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또 미국과 광물 협정에 대해서도 “우크라이나는 언제든 어떤 형태로든 이를 서명할 준비가 되어 있다”며 “우리는 이 협정을 더 큰 안보와 확실한 안보 보장을 향한 한 걸음으로 보고, 이 협정이 효과적으로 작동하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로이터 통신은 이날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우크라이나 시각 오전 3시3분을 기해 미국의 모든 군사 물자 수송이 중단됐다고 보도했다. 젤렌스키는 영상 연설을 통해 “미국의 군사 원조 중단으로 인한 위험을 확인했다. 미국과 정상적인 파트너십을 유지하는 것이 전쟁을 진정으로 끝내기 위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실상 미국의 위협에 굴복했음을 인정한 것이다.
데니스 슈미할 우크라이나 총리도 이날 별도 기자회견을 통해 “우리는 미국과 협력을 계속하기로 굳게 결심했다. 미국은 중요한 파트너이고 우리는 이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또 “미국과 유럽, 그리고 7국(G7)의 구체적인 안보 보장이 필요하다”며 “이는 우크라이나뿐만 아니라 유럽연합(EU)과 유럽 대륙에 실존적으로 중요하다”고 했다.
우크라이나인들은 미국의 군사 지원 중단에 대한 분노와 배신감을 토로하고 있다. 올렉산드르 메레즈크 우크라이나 의회 외교위원장은 로이터에 “(군사 지원 중단은) 트럼프가 우리에게 항복을 강요하는 것처럼 보인다. 지금 지원을 중단하는 건 푸틴을 돕는 것과 마찬가지다”라고 했다. AP통신은 “키이우의 시민과 전선의 병사들은 충격에 빠졌고 배신감에 휩싸였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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