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0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2025 국제 소프트파워 정상회담에서 레흐 바웬사 전 폴란드 대통령이 연설하고 있다. /EPA 연합

레흐 바웬사(82) 전 폴란드 대통령이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를 “공산주의 법정 같다”고 작심 비판한 서한을 3일 공개했다. 1983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바웬사는 ‘폴란드 민주화의 상징’으로 불린다. 1980년대 동유럽 첫 자유 노조를 만들어 폴란드 공산 정권의 붕괴를 이끌었고, 1990년에는 폴란드 첫 직선 대통령에 당선돼 5년간 재임했다.

바웬사가 소셜미디어에 공개한 서한에는 지난달 28일 트럼프와 J D 밴스 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벌인 설전에 대한 비판이 담겼다. 그는 “우리는 공포와 불쾌감을 느끼며 그 대화를 지켜봤다”면서 회담 분위기가 “(폴란드 공산당) 첩보 기관과 인민 법정에서 겪은 심문 같았다”고 했다. 노동운동가로서 자신이 경험한 공산주의 통치처럼 트럼프와 밴스가 강압적이었다는 취지다.

바웬사 전 폴란드 대통령이 3일 소셜미디어에 올린 과거 트럼프(오른쪽) 미 대통령과 찍은 사진. 언제 어디서 찍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페이스북

서한에는 공산 정권에서 정치범으로 몰려 옥살이를 한 39명도 함께 서명했다. 이들은 “공산 정권의 판검사들도 ‘우리는 모든 카드를 가졌지만 너희에겐 한 장도 없다’고 말하곤 했다”면서 “그들은 우리가 정권에 협조하지 않고 감사를 표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자유와 시민권을 앗아갔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똑같이 협박당하는 것을 보고 경악했다”고 썼다. 트럼프는 회담에서 젤렌스키에게 “당신에게는 (내밀) 카드가 없다”고 여러 차례 말했다.

바웬사는 트럼프가 원조를 빌미로 우크라이나를 압박하는 태도에 대해서는 “군사·재정적 물질 지원은 독립과 자유를 위해 흘린 피와 동등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유 세계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피를 흘린 용감한 우크라이나 군인들에게 감사를 표해야 한다. 인간 목숨의 가치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