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강압적 자국 우선·일방주의 행보로 공고했던 미국과 유럽 간 ‘대서양 동맹’이 약화될 조짐을 보이자, 유럽이 자강(自强) 행보를 본격화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6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참석한 특별 정상회의를 열고, 우크라이나 지원과 유럽 방위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젤렌스키는 이날 브뤼셀에 도착해 “전쟁 첫날부터 지금까지, 또 지난주에도 내내 우크라이나와 함께해줘 정말 감사하다”며 “EU와 각국이 지원 의사를 밝혔다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고 말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이에 “지금은 아무리 오랜 시간이 걸리든 우크라이나와 함께할 것을 보여줘야 하는 순간”이라며 강력한 지원 의사를 밝혔다.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도 “유럽은 러시아보다 강하다”며 “군사·경제 모든 면에서 러시아와 싸워 이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가 지난달 28일 백악관 정상회담에서 “미국에 감사부터 하라” “당신은 카드가 없다”고 젤렌스키를 몰아세우고, 군사 원조까지 중단하며 우크라이나를 위기에 빠뜨린 것과 대조되는 장면이었다.
유럽은 트럼프의 연이은 동맹·우방 홀대 행보에 충격을 받고, 미국 의존을 줄이겠다는 의지를 연일 드러내고 있다. 폰데어라이엔은 전날 회원국들의 방위비 증액을 촉진하기 위해 최소 8000억유로(약 1229조원) 규모의 ‘유럽 재무장 계획’을 발표했다. 국방 지출 확대로 인한 회원국의 재정 적자 확대를 눈감아주고, EU가 자체 예산을 담보로 저금리 대출을 받아 회원국들의 무기 공동 조달을 돕는 내용이다.
프랑스는 자국 핵무기로 다른 유럽 국가들도 지켜주는 ‘핵우산’ 확장을, 독일은 역대급 군비 증강과 징병제 부활을 검토하고 나섰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5일 대국민 연설을 통해 “러시아가 북한과 이란을 우크라이나 침공에 끌어들이며 유럽에 심각한 안보 위협을 제기하고 있지만, 미국이 이 전쟁에 대한 입장을 바꿔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줄이는 등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점점 더 위험해지는 세계에서 프랑스는 방관자로 남아 있을 수 없다. 유럽의 미래가 미국과 러시아에 의해 결정되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프랑스가 유럽 안전 보장에 적극 나서겠다는 의미다.
마크롱은 “프랑스는 현재 유럽 최강의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프랑스가 보유한 핵 억지력을 유럽 차원으로 확대하는 것을 논의할 수 있다”고 했다. 미국 대신 프랑스가 유럽 각국에 ‘핵우산’을 제공할 수 있다는 뜻이다. 또 우크라이나의 안보와 평화 유지를 돕기 위한 ‘유럽 합동군’ 파병을 시사하며 “이를 논의할 관련국 참모총장 회의를 다음 주 열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미국이 캐나다·멕시코에처럼 유럽 제품에도 추가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크다”며 “유럽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독일은 군사력 강화를 위한 논의를 본격화했다. 최근 독일 총선에선 ‘안보 독립’을 내건 중도우파 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CSU) 연합이 승리했다. CDU는 전날 4000억유로(약 614조원)로 추정되는 냉전 이후 최대 규모의 국방비 증액 추진안을 내놨다. 또 현재 18만명인 병력을 단기간에 27만명으로 늘리기 위해 지난 2011년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중단한 징병제를 부활시키는 병역법 개정을 검토키로 했다. 독일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1000억유로의 특별 국방 예산을 편성하고, 입대 장려 프로그램도 강화했지만 이것만으론 부족하다는 인식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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