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급 탈북 외교관 류현우(52) 전 쿠웨이트 북한 대사대리는 우크라이나의 북한군 포로 2명이 귀순 의사를 밝힌 것과 관련 “북한으로 돌아가 평생 변절자 소리를 들으며 사회적으로 매장이 될 바에야 한국행을 선택하려는 것”이라며 “대한민국이 헌법상 우리 국민인 이들을 데려오는 모습을 전세계에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북한 인권 행사 참석차 미국 워싱턴 DC를 방문 중인 류 전 대사대리는 지난 4일 본지 인터뷰에서 “포로들을 한국에 데려오면 우크라이나 전선에 있는 북한 군인들도 어떤 경로를 통해서든 이를 알게 될 것이고 그들의 심리적 동요와 한국에 대한 동경이 더욱 커질 수 있다”고 했다. 2019년 가족과 함께 쿠웨이트에서 탈북해 국내에 정착한 류 전 대사대리의 장인은 ‘김정일·김정은 부자의 금고지기’로 알려진 전일춘 전 노동당 39호실장이다.
-우크라이나의 북한군 포로 모습을 보고 어땠나.
“짠했다. 김정은이 체제 유지를 위한 도구로 러시아 전선에 보내 ‘대포밥’으로 써먹은 건데, 나도 북에서 군 복무를 한 사람으로서 남의 나라 땅에 와서 아무런 보수도 없이 청년들이 저렇게 쓰고 버려지는 것에 가슴이 아팠다.”
-그래도 돈은 받지 않나?
“국가가 군대로부터 상납 형태로 다 빨아갈 것이다. 본인에게는 생계 유지나 할 수 있을 정도의 푼돈을 줄 텐데, 쿠웨이트에서도 그 땡볕에서 일해봤자 북 노동자들에게 주는 건 상납금으로 국가에 바치고 남은 한달에 100불 미만 돈이었다.”
-포로들이 한국행을 희망하고 있는데.
“한국에 오겠다고 공식적으로 이야기 하는 건 인생 자체를 바꾸는 큰 결정들을 한 것이다. 이 사람들은 바깥 세상에 대해 경험해보지 못한 채 전쟁에 나왔다가 포로가 돼서 부상을 입고 한국에 가겠다고 이야기를 한 건데, 그쯤이면 북한에 있는 가족들이 어떻게 될 것이라는 데 대해서는 다 마음의 준비를 한 것이다.”
북한군 포로 리모(26)씨는 지난달 23~26일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과의 면담에서 “(한국에) 꼭 가고 싶다”고 했고, 백모(21)씨도 “결심이 생기려 하는 것 같다”고 했다.
-북한의 가족들은 어떻게 되나.
“포로는 변절이다. 그래서 차라리 자폭을 한다든가 목숨을 끊는다든가 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하고 포로가 됐으니 당연히 변절자가 돼 있는 거고, 이는 조국을 배반한 것이다. 김정은을 배반한 것이고, 그 배신자의 가족은 북한 사회에서 제대로 살아가는 게 불가능하다.”
-포로들은 변절자가 됐다고 생각해 북한으로 안 가는 것인가?
“이건 평생 꼬리표가 된다. 북한 사회는 태어나자마자 간부 이력 문건이라는 게 죽을 때까지 따라 붙는다. 이 사람은 언제 우크라이나 전선에 파병돼 싸우다가 전투를 하던 중 부상을 입어서 포로가 됐다고 하게 되면 ‘얘는 평생 쓰지 못할 애로구나’ 이렇게 된다. 사회적으로 매장이 되는 것이다.”
-낙인이 찍힌다는 것인가?
“북한에 가봤자 누가 시집이라도 오겠나. 여성들이 시집가도 자식을 낳아야 하는데 그 자식이 포로병의 자식이었다고 낙인이 찍히는데 북한 사회에서 용인이 되겠나. 변절자의 자식이 되는 거다. 6·25 때 한국에도 국군 포로가 있던 것처럼 북에도 한국에 잡혔다가 돌아온 인민군 포로가 있었는데, 그들은 포로였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일체 등용이 안됐다.”
-김정은을 위해 해외 전투를 하고 왔으면 대우를 해줄 법한데.
“북에서는 그렇게 용인이 안된다. ‘포로가 되기 전에 수류탄으로 자폭을 하든 총으로 쏘든 먼저 죽어라, 그래야지만 네 명예를 얻는 길이고 변절하지 않는 길이다’ 이렇게 끊임없이 교양(교육)을 시킨다. 포로가 됐다는 것은 일종의 사건·사고와도 같은 것이다.”
-포로들의 부상 상태도 심각하다.
“북한 보건 상태는 아프리카 소말리아보다도 더 열악하다. 북한으로 돌아간다면 제대로 된 수술도 못받고 평생 불구자로 살아야 된다. 젊은 나이들이라 자기 신체에 대한 고민도 아마 했을 것이다. 의료 기술이 발달된 한국에 가서 치료를 좀 받아야 되겠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실제 턱과 팔 등에 심각한 부상을 입은 포로 리씨는 유 의원과의 면담에서 “한국에 가면 내가 수술을 다시 받을 수 있을까요”라며 “내가 포로니까 (한국에서) 가정을 이루기에 너무 힘들지 않을까요”라고 묻기도 했다.
-포로 리씨는 10년간 군복무 중 부모를 한번도 못 봤다고 했다.
“한국에 와서 놀랐던 게 사병들이 휴대전화를 쓰는 것이었다. 북한 군은 휴가라는 것 자체가 없다. 아버지가 좀 ‘백’이 있는 사람들은 후방 부대 있다가 제대하는데, 이 친구들은 힘도 없도 돈도 없고 하니 10년 동안 전투부대 나가서 한번도 집에 못갔을 것이다.”
-포로 백씨의 아버지는 의사였다고 하던데.
“한국에서나 의사가 우대를 받지, 북한에서는 정말 별 볼일 없는 사람들이다. 배 아플 때 집에서 조그만 아편 덩어리 깎아 먹어 배를 진정시키는 실정인데, 그런 북한의 보건 실태에서 의사는 뭐 다른 걸 할 수 없으니까 의사를 하는 것이다.”
-부모들은 자식이 우크라이나에 파병된 것도 모르고 있겠다.
“설사 알아도 조국 보위 초소에 내 아들을 내세울 때는 조국을 위해 바친 아들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부모들에게 그렇게 생각하라고 주입을 준다. 속으로 피눈물을 삼키고 안타까워 할지언정 장군님의 전사가 돼 조국을 위해 한 목숨 바쳤다는 자체가 가문의 영광으로 된다.”
-북은 우크라이나 파병 사실을 끝까지 숨길 거라고 보나?
“마지막까지 비밀로 할 것이다. 베트남 전쟁 때도 북한 조종사들이 참전했다는 것은 훗날에나 알려진 것이지 당시에는 가족들에게도 알려주지 않았다.”
-포로들을 한국에 데려와야 하나?
“북한 동포는 헌법상 우리 국민으로 돼 있고 그 사람들이 원한다고 하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데려와야 한다고 본다. 국가의 기본 책무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 아닌가. 대한민국이 우리 국민이기 때문에 포로들을 데리고 오는 모습을 전세계에 보여주게 되면, 우크라이나 전선의 북한 군인들도 어느 경로를 통해서든 이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그럼 그들에게 주는 심리적 충격, 한국에 대한 동경도 더욱 커질 것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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