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정부효율부(DOGE) 수장이 최고경영자(CEO)로 있는 테슬라 관련 시설에 물리적 공격이 이어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선 승리에 공을 세운 후 새 행정부에서 실세로 떠오른 일론 머스크에 대한 반감이 현실 공간에서의 폭력 사태로 번지는 모양새다.
9일(현지 시각)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월 20일 취임한 이후 테슬라 관련 시설에서 최소 12건의 폭력 행위가 있었다. 공격은 테슬라 전기차와 매장, 충전소 등에서 발생했다.
특히 루시 그레이스 넬슨이라는 여성은 지난 1월 29일부터 13일간 콜로라도주 러브랜드에 위치한 테슬라 매장을 여러 차례 방문해 기물을 고의로 훼손한 것으로 파악됐다. 법원 기록에 따르면, 넬슨은 스프레이로 매장 입구 간판에 ‘나치’를, 문에는 ‘엿 먹어라’ 등 낙서를 남겼다. 이뿐만 아니라 술병으로 만든 화염병 4개를 매장 주변에 주차된 전기차들을 향해 던진 뒤, 차가 불타는 모습을 지켜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월에는 애덤 매튜 랜스키라는 남성이 오리건주 세일럼에 있는 테슬라 매장을 향해 반자동 소총을 난사했다. 랜스키는 불과 몇 주 전에도 같은 매장에 화염병을 던져 약 50만 달러(약 7억2000만원)의 피해를 입힌 것으로 조사됐다.
공격은 매장뿐만 아니라 단순히 테슬라 브랜드를 이용하는 개인에게로도 이어졌다. 건물 근처에 주차된 테슬라 차량에 머스크를 비하하는 스티커를 붙이는 식이다. 당시 이 같은 피해를 본 남성이 현장에서 범인을 찾아 따져 묻자, 범인은 “이건 내 표현의 자유”라며 되레 당당한 태도를 보였다. 당시 상황은 촬영돼 X에 공유됐고, 머스크는 직접 “다른 사람의 재산을 훼손하는 행위는 표현의 자유라는 범주에 들지 않는다”고 답글을 남겼다.
이런 일들은 적극적으로 친트럼프 행보를 보여온 머스크에 대한 강한 반감이 반영된 것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WP는 “이런 사건들은 일론 머스크가 트럼프의 가장 유명한 지지자로 떠오르고, 동시에 보수적인 논객으로서 두각을 나타내면서 발생했다”며 “이 억만장자를 향한 분노가 점점 현실 세계로 번지고 있다”고 짚었다.
앞서 머스크는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을 돕기 위해 최소 2억8800만달러(약 4175억원)를 후원했으며, 정보효율부 수장을 맡은 뒤에는 정부 지출을 줄이겠다는 목표로 대규모 연방 공무원 해고를 주도하고 있다. 또 나치 경례를 연상시키는 손동작을 하거나 유럽의 극우 정당을 지지하는 등 도발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 같은 배경 속에 테슬라 주가는 35% 하락하고, 매출이 감소하는 등의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지난 5일 발표된 수치에 따르면, 독일의 2월 테슬라 자동차 판매량은 전년 대비 76% 급락했다. 온라인상에서는 ‘테슬라 타도’(#teslatakedown) 등의 해시태그 문구를 단 불매운동까지 일고 있는 상태다.
이런 잡음에도 불구하고 머스크의 친트럼프 행보는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웨드부시 증권의 애널리스트인 댄 아이브스는 머스크와 트럼프의 관계가 테슬라라는 브랜드에 걱정 요인이 되었지만, 궁극적으로는 이익이 될 거라고 봤다. 트럼프 행정부와의 우호적인 관계로 테슬라가 자율주행과 관련해 간소화된 연방 규제를 얻어낼 수 있다면 테슬라로서는 최고의 패를 얻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머스크와 트럼프의 관계가 테슬라 브랜드에 대한 우려를 초래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도움이 될 것”이라며 “트럼프 정부는 테슬라의 핵심 전략인 자율주행차 도입에 유리한 규제 환경을 조성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다만 사법 당국은 테슬라를 겨냥한 폭력이 계속된다면 언젠가는 인명 피해까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브루클라인 경찰서의 폴 캠벨 부서장은 “머스크를 좋아하든 싫어하든, 이런 방식은 절대 정당화될 수 없다”며 “우리는 모두 어릴 때부터 남의 물건을 함부로 건드리면 안 된다는 것을 배우지 않았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