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조선 전문가인 브렌트 새들러 헤리티지 재단 선임연구원. /헤리티지 재단

미국 보수 성향 싱크탱크 헤리티지 재단의 브렌트 새들러 해상 전투·첨단기술 선임연구원은 12일 본지 화상 인터뷰에서 ‘미국의 한·미 조선 협력 움직임이 생각보다 느린 것 같다’는 질문에 “미국 민주주의는 본질적으로 매우 느리게 움직이지만 일단 첫삽을 뜨고 거래가 성사되면 가속도는 매우 빠르다. 한화의 필라델피아 조선소 인수가 그 초기 단계지만 하나의 신호탄”이라며 “워싱턴의 공공연한 비밀인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곧 조선(造船) 관련 행정명령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트럼프는 지난 6일 백악관에서 “이르면 다음 주에 매우 큰 선박을 건조하는 새로운 대규모 프로그램을 발표할 것”이라며 이 프로그램에는 기업에 대한 대규모 인센티브가 포함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트럼프는 미 조선소에 대한 한국의 투자를 원하나? 한국은 미국의 상선·군함 건조를 기대하는데.

“둘다 포함된다. 다만 미 해군 군함 건조는 시기상조다. 급유선이나 보급·수리선처럼 해상에서 군함을 지원하고 탄약을 보급하는 배들에 대해서는 현실적 논의가 가능할 것이다. 한화필리조선소는 본격적으로 미국 선박 건조 시장에 진입한 단계인데, 미국 조선 산업 재건은 단순 생산뿐만 아니라 자본 투자도 반드시 필요하다. 미국의 기존 조선소들을 개발하거나 현대화하기 위해 한국의 자본과 기술, 인력까지도 필요할 수 있다. 오늘날 미국 조선 산업은 너무 약화돼 있어서 한국 입장에서 보면 ‘조선 동맹’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부담’이 될 수 있는 상황이다."

-‘존스법(미국 상선은 미국 내에서만 건조돼야 한다는 내용)’은 수정 가능성이 없나?

“1920년 이후 유지된 현재의 존스법이 바뀔 가능성은 매우 낮다. 하지만 존스법이 있다고 해서 동맹국이 미국 내에서 배를 건조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사실 이미 한국 조선사들과 다른 외국 기업들이 미국 군함이나 상선에 들어가는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한국은 이미 미국 해양 산업의 중요한 일원으로 자리하고 있다. 존스법이 이러한 협력을 막고 있는 것은 아니다.”

-‘선박법(미국 상선을 10년 내 250척으로 늘리는 등 조선업 강화를 위한 법안)’은 통과될까?

“상반기 중 재발의 돼서 통과될 것이다. 이 법안은 한국 같은 동맹국들이 미국에 투자할 때 훨씬 더 수익성이 있고 매력적인 환경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예를 들어, 한국 조선사들이 미국에서 사업을 시작하거나 확장할 때 세금 혜택을 주고, 경우에 따라 일부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들도 포함될 수 있다. 결국 이 법안의 목표는 미국을 해외 동맹국들이 투자하고 생산을 이전하거나, 기존 생산 라인을 확장하기에 가장 적합한 곳으로 만드는 것이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한화필리(Philly) 조선소 전경. /한화필리조선소

-해외에서 미 군함을 건조할 수 있도록 하는 ‘해군 준비 태세 보장법’도 발의돼 한국에서 관심이 컸는데.

“그건 일종의 정보 수집 위원회를 만들어 관련 사안을 연구하는 것이고 실제로 뭔가를 바꾸거나 지시하는 법안은 아니다. 해외에서 미 군함을 건조할 수 있을지 그 가능성을 평가하기 위해 사람들을 모아 문제 검토를 시작하는 차원의 법안이다.”

-트럼프가 한·미 조선 협력을 처음 언급한 게 작년 11월인데 진척 속도가 더뎌 보인다.

“미국 민주주의는 본질적으로 느리다. 하지만 일단 작업이 시작되면 가속도는 매우 빠르다. 한화필리조선소가 신호탄인데 그 성공이 커지면 다른 조선사들을 자극할 것이고 그 조선사들도 워싱턴의 변화된 정치적 분위기를 어떻게 활용할지 살펴보려 할 것이다.”

-트럼프가 곧 대규모 선박 프로그램을 발표한다고 했는데.

“워싱턴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언제든지 발표될 조선 관련 행정명령이 준비돼 있다고 한다. 그 내용은 대부분 ‘선박법’ 구조를 반영한다고 한다. ‘존스법’을 이용해 조선소 노동자들, 상선 선원들, 조선·해운에 대한 수요를 유지하고, 더 많은 규제를 완화하거나 조선소를 성장시키고 현대화하기 위한 인센티브도 제공하는 것이 포함될 것이다. 그 안에는 선박 설계 전문가를 위한 내용도 많이 들어가 있고, 동맹국들과 함께 일할 방법에 대한 부분도 있으며, 또 조선소 노동자들을 위한 훈련 프로그램도 포함될 것이다.”

-작년 11월 한국의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 사업’ 입찰을 앞두고 소송전을 벌이다 호주 군함 입찰에서 서로 경쟁을 심하게 하며 나란히 탈락했다.

“미국은 정말 큰 나라고 해양 산업 기반 육성에 대한 수요가 많은 나라다. 미국에는 기회가 정말 많다. 한국 조선업체들이 각자 독립적 사업을 키울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초기 단계고 미국 같은 새로운 시장에 투자하는 리스크를 줄이는 차원에서라도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같은 한국의 대형 조선 업체들끼리는 협력하는 게 더욱 합리적일 것이다. 한국은 미국의 가장 충성스러운 동맹국이고 한·미 조선 파트너십의 성공은 더 많은 동맹국들을 미국 조선 시장으로 끌어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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